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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따로… 세대 따로… 지금은 '나홀로 TV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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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따로… 세대 따로… 지금은 '나홀로 TV 시대'

입력
2008.01.1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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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애인의 미니홈피와 TV의 공통점은?

바로 남들과 격리된 공간에서 혼자서 본다는 것이다. TV를 보는 시간에 더 이상 ‘오붓한’ 분위기는 없다. 2008년, TV를 보는 가장 보편적인 방식은 이렇다. ①퇴근 후, 간단한 샤워로 피로를 푼다. ②핸드드립 커피나 캔맥주를 들고 방문을 닫는다. ③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안심하면서, 가볍게 리모컨을 든다. ④스위치 온. 혼자만의 TV를 통해, 혼자만의 세계로 들어간다.

■ 핵(核)마저 쪼개지는 핵가족

도대체 언제부터, 그리고 왜, TV가 ‘인간은 단독자로서 실존한다’는 키르케고르의 테제를 실천하는 도구가 됐을까. 일차적인 원인은 식구들이 모이는 것이 불가능한 생활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무한경쟁이 일상화된 한국사회에서 저녁시간 온 가족이 오붓하게 모여 TV를 보는 장면은 곧 ‘낙오’의 이미지로 이어진다. 늘 야근인 아버지는 TV와 거리가 먼 사람이고, 고교생인 아들은 학원 오가는 길에 PMP에 저장해 둔 프로그램을 손에 들고 시청한다.

연애에 열중하는 누나는 자정 전에 집에 들어오는 것을 수치로 여긴다. 홀로 집을 지키는 어머니만이, 일일 연속극을 보며 눈물을 찍는다. 온 가족이 함께 모여 프라임타임을 즐기는 여느 나라와는 사뭇 다른, 한국 안방극장의 프라임타임 풍경이다.

■ X세대≠N세대≠P세대, “우린 서로 달라”

‘혼자 보는 TV’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1990년대 이후 급속하게 세분화된 대중문화 취향에서 찾을 수 있다.

20대와 30대, 40대의 시청성향이 판이하게 다르고, 한두 살 차이만 나도 보는 프로그램이 확연히 갈린다. 방송 채널들도 대다수가 공감할 만한 프로그램보다는 특정 시청자층을 겨냥한 프로그램들을 쏟아낸다. 더 이상 가족과 함께 TV를 볼 수 있는 여유도, 함께 볼 만한 TV 프로그램도 없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시청률과 프로그램에 대한 호응도 사이의 괴리로도 확인된다. 현재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 중인 프로그램은 KBS1 TV의 일일연속극 <미우나 고우나> . 약 40%의 시청률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직장이나 학교에서 이 프로그램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뜨겁게 달구는 것은 오히려 <커피프린스> 나 <태왕사신기> 같은 시청률 20%의 드라마들이다. 보는 사람은 열광하지만, 아닌 사람은 관심도 없는, ‘혼자 보는 TV’에 걸맞는 콘텐츠들이다.

전체 방송을 통틀어 최고의 파워 콘텐츠로 평가받는 MBC의 <무한도전> 도 시청률은 20%대 초반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케이블과 인터넷VOD 등 2차 윈도우를 통해 끊임없이 소비되고 있다. TV나 컴퓨터를 켜면 <무한도전> 처럼 입맛에 꼭 맞는 프로그램을 언제나 접할 수 있게 된 환경도, 우리를 TV 앞에 홀로 앉게 만드는 새로운 환경이다.

유상호기자 shy@hk.co.kr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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