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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시대 한량PD 개성 짱!

입력
2008.01.1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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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짱] 영화 '라듸오 데이즈' 류승범

날 것의 냄새가 나는 사내가 돌아왔다.

꾸미지 않은 모습, 거뭇거뭇한 수염자국, 정도(正道)에서 약간 빗겨있을 것 같은 남자. 배우 류승범의 느낌이다. 류승범이 2년 만에 온전히 자신의 이름을 내 건 영화 <라듸오 데이즈> (감독 하기호ㆍ제작 싸이더스FNH)로 컴백한다.

'온전히'라는 단어를 쓴 이유가 있다. 혹자들은 지난해 개봉된 영화 <만남의 광장> 을 그의 필모그래피에 넣고 싶은 테니 말이다. 엄밀히 말해 류승범은 주연 배우 임창정의 부탁을 받아 출연한 '특별 출연 배우'였다. 물론 그의 연기는 주연 배우 이상 빛이 났다. 그게 바로 류승범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갖는 배우가 갖는 힘이다.

넘치는 끼 복고스타일 완벽하게~거친 매력속 진한 휴머니즘 담겨감동 배어나는 웃음 주고 싶어요

<라듸오 데이즈> 에서 맡은 역할도 범상치 않다. 경성시대 한량 PD 로이드다. 가운데 가르마를 탄 머리 모양에 안경알이 유독 동그란 안경. 영화 <품행제로> <아라한 장풍 대작전> 등을 통해 현대를 주름잡던 이 남자가 이제는 경성을 놀이터로 삼았다.

경성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봇물처럼 터져나올 준비를 하고 있는 요즘. <라듸오 데이즈> 에 눈길이 가는 이유는 류승범이라는 색깔 분명한 배우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리라.

인간 냄새가 흠씬 묻어나는 배우 류승범의 매력을 유심히 들여다 봤다.

# 비릿한 냄새-터프

이 보다 더 잘 어울릴 수는 없다. 류승범에게서는 거친 반항아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영화 <비트> 의 정우성과는 다른 느낌이다. 보다 원초적이고 까칠한 질감이다. 영화 <주먹이 운다> 와 <사생결단> 의 류승범을 떠올려 보라.

"보는 사람마다 상대적으로 느끼는 것 같아요. 남들 싸우는 만큼은 싸우고 살았죠. (웃으며)먼저 다짜고짜 시비 걸지는 않아요. 연기는 연기일 뿐이죠."

류승범의 육두문자와 욕설 또한 일품이다. 정말 류승범의 욕설을 눈 앞에서 받아 들인다고 생각하면 오싹할 정도다. 연기가 아니라 실생활이 묻어 나는 것 같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하하, 대리만족이에요. 누구나 욕하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저는 평상시에 못하는 욕을 모았다가 영화 촬영하며 마음껏 풀어요. 이 나이 먹고 평소에는 욕 못 하고 안 하죠."

하지만 류승범의 심연 깊숙이는 루저(loser)들에 대한 동경과 동정이 담겨 있다. 남을 해하는 터프가 아니다. 자기 스스로를 보다 거칠게 굴릴 뿐이다.

"음지에 있는 루저에 대해 생각해 보죠. 바닥이 보일 때 치고 올라갈 생각을 하기 보다 바닥에 누워 버려요. 현실을 인정하는거죠. 굳이 메이저가 되려 아등바등 하지 않아요. 하지만 저는 돈 벌고 싶고 더 잘 나가고 싶은 보통 사람이에요. 동경은 하되 범접하기는 힘드네요."

# 고소한 냄새-유머

류승범은 웃길 줄 아는 배우다. 코믹 배우는 아니다. 하지만 상황 속에서 웃음의 맥을 정확히 짚어내 관객들에게 유쾌함을 선사한다. <만남의 광장> 에서 짧은 출연으로도 관객 뇌리에 깊이 각인될 수 있었던 이유다.

"저는 코미디를 좋아해요. 제가 웃는 것도 좋고요. 그래서 코미디 영화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요. 웃음에 대한 부담이요? 매주 웃겨야 하는 사람도 아니니 부담도 적죠. 앞으로도 코믹한 영화에 계속 출연할 거예요."

류승범은 휴머니즘 담긴 웃음을 주는 코미디를 추구한다. 그러면서 한국 영화의 문제점으로 "막 웃기다가 마지막 10분 동안 감동을 주려 한다"고 꼬집었다. 웃음 속에 적절히 감동이 배어 나는 코미디야 말로 류승범의 이상향이다.

"외국 배우 로베르트 베니니의 코미디 연기를 좋아해요. 쥐어짜지 않는 웃음과 감동이죠. 요즘은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을 보며 많이 웃어요. 휴머니즘이 적절히 배합된 웃음을 준다고 생각해요."

# 달콤한 냄새-멜로

"진한 키스신을 해 본 적이 있던 가요?" 류승범에게 물었다. "키스신이요? 음… 제대로 된 키스신을 한 적이 없는 것 같네요." 류승범의 빈틈이라고나 할까? 영화 <야수와 미녀> <아라한 장풍 대작전> 등에서 상대 여배우가 있었지만 진지한 러브라인을 형성해 보지는 못했다.

"기회를 기다리고 있어요. 아직 올 날보다 갈 날이 많으니까요. 억지로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배우이기 때문에 때가 되면 그런 역할도 연기하겠죠."

언제까지 20대 반항아와 웃음기 어린 연기만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류승범의 사랑 연기가 언뜻 그려지지 않는다는 얘기에 "나도 사랑을 해 봤고 사랑의 감정을 아니까요. 세상 누구나 사랑할 줄 알죠"라고 답했다.

"최근에는 영화 <원스> 를 감명 깊게 봤어요. 그런 사랑 얘기를 해보고 싶죠. 멋들어진 키스를 하겠다고 장담할 수는 없어요. 그래도 저만이 풀 수 있는 사랑 얘기가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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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안진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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