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앞에는 세탁소가 두 군데 있다. 두 군데 공히 부부가 함께 운영하고 있으며, 양복 한 벌 드라이클리닝 비용 또한 똑같이 칠천 원씩 받고 있다. 남편들은 주로 영업을 하고 있는데, 아침 8시 무렵엔 A세탁소의 남편이, 9시 무렵엔 B세탁소 남편이, 아파트 계단을 돌아다니며 목청껏 '세탁'을 외친다.
수 년 동안 '세탁'을 외친 남편들의 목소리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는데, 끝에 에코가 있는 것이 A이고, 절벽처럼 뚝 떨어지는 음을 가진 것이 B세탁소이다. 오랜 경쟁체제 탓인지, 와이셔츠 한 벌도 친절히 배달해준다. 한데, 지난 주 월요일 오후 아파트 현관에 이런 안내장이 붙었다.
102동부터 105동은 A세탁소가 맡고, 105동부터 나머지 동은 B세탁소가 맡는다는 안내장이었다. 이런, 이 양반들이 담합을 했군. 눈살을 찌푸리며 지나치려는데, 끝에 이런 문구가 하나 더 첨부되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두 세탁소 모두 부녀회에 발전기금을 내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아마도 부녀회에서 솔선수범, 영업구획정리에 나선 모양이었다.
영업장의 뒤를 봐주고, 돈을 받는 것은 우리가 어디선가 많이 봐온 모습이었다. 그리고 어제 아침, 홀로 아파트 계단을 도는 A세탁소 남편의 목소리를 들었다. 에코는 더 길어지고, 성량은 더 깊어져 있었다. 그 목소리가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다.
<저작권자> 저작권자>
소설가 이기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