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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금융부문 '가속 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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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금융부문 '가속 페달'

입력
2008.01.1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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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ㆍ기아차그룹이 중소형 증권사인 신흥증권 인수를 추진하며 금융부문 강화에 나섰다. 현재 직ㆍ간접적으로 보유 중인 카드, 캐피탈, 저축은행 등 금융 계열사와 시너지를 내는 한편, 자동차 판매 확대를 위한 고객 금융서비스를 한층 높이겠다는 구상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ㆍ기아차는 14일 신흥증권 지승룡 대표이사와 특수관계인 4명이 보유한 신흥증권 지분 29.76%를 인수하는 양해각서(MOU)를 11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지분 인수에는 현대차, 기아차, 엠코 등 5개 계열사가 참여했다.

현대ㆍ기아차의 증권업 진출은 최근 유진그룹의 서울증권(현 유진투자증권) 인수, 두산그룹의 BNG증권 인수에 이어 대기업으론 세 번째다.

현대ㆍ기아차의 금융부문 강화는 일본의 도요타 모델을 벤치마킹 한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생산, 판매, 금융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으며, 특히 금융부문은 은행에 버금가는 규모를 자랑한다.

도요타의 경우 자동차 제조 외에 자동차 할부, 보험, 증권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이를 통해 할부로 차를 팔고 보험가입, 금융계좌 이전까지 유도해 고객의 부가가치를 최대한 끌어 올리는 수익구조다.

자동차의 제조, 판매와 함께 이 같은 금융부문의 성공으로 도요타의 보유현금은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 다음가는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현대ㆍ기아차그룹의 금융기능은 취약한 편이다. 금융 계열사로 현대카드, 현대캐피탈이 있고, 지분 투자(19.31%)한 HK상호저축은행이 있을 뿐이다.

금융부문 비중은 지난해 그룹 전체 매출 103조 가운데 약 10% 수준에 불과했다. 도요타는 전체 매출 중 금융 비중이 30%를 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가 도요타 모델을 그대로 따른다면 증권사 외에 보험사 인수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현대ㆍ기아차는 매물로 나온 보험사들을 주시하고 있으나, 증시상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일단 인수 시기를 뒤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ㆍ기아차가 금융업을 핵심사업의 하나로 키우는 전략을 갖고 있다는 해석도 없지 않다.

시장에서는 현대ㆍ기아차가 지방은행 인수를 통한 은행업 진출에도 관심이 높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도요타의 경우 은행을 소유하진 않고 있다.

현대ㆍ기아차는 이번 신흥증권 인수를 통해 현대캐피탈, 현대카드와 함께 고객서비스를 한층 높여주는 자체 금융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한다는데 의미를 부여했다.

실제 현대ㆍ기아차 측은 신흥증권 인수가 그룹의 자금기능보다는 고객의 수신기능을 한층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용대인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ㆍ기아차 그룹에서 금융부문 강화는 필수적"이라며 "금융의 힘이 증권으로 이동하고 있어 증권사 인수는 바람직하다"고 진단했다.

현대ㆍ기아차는 신흥증권 인수가 마무리되면 현대캐피탈에 경영을 맡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증권계좌가 최소 70만개 이상 돼야 수지를 맞출 수 있다고 보고 향후 계좌확장 등에 나설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그룹 계열사들의 기업어음, 해외채권 발행, 전환사채, 회사채 등 자체 금융수요가 많아 신흥증권의 매출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고찬유기자 jutd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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