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개미)와 기관투자자를 각각 ‘뱁새’와 ‘황새’에 빗댄다면 지나친 비유일까.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지듯, 개미들은 늘 기관만큼, 또는 기관보다 나은 수익률을 노리다 거의 예외 없이 낭패를 보곤 한다. 마침 이를 잘 드러내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개미들은 기관과 다른 시각으로 시장을 보고, 훨씬 높은 수익률을 꿈꾸지만 결국 초라한 성적표를 손에 쥐고 있었다.
한국증권업협회는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해 11월15일부터 12월7일까지 펀드를 포함한 증권계좌를 보유한 만 25세 이상 개인투자자 1,511명과 기관투자자 111명에게 투자실태를 물었다.
설문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증시 호황을 반영하듯 개미는 10명중 7명(71.7%), 기관은 10명중 9명 이상(96.4%)이 주식투자로 수익을 냈다. 하지만 짭짤함의 차이는 컸다. 11% 이상 수익을 낸 개인은 43.0%에 그쳤지만 기관은 91.0%로 ‘수익은 곧 고수익’을 뜻했다. 2006년 11% 이상 수익층이 비슷(개인 25%, 기관 29.8%)했던 점에 비춰보면, 상승장에서 실력 차이가 뚜렷이 나타난 셈이다. 특히 지난해에도 개인은 27.7%가 손실을 본 데 반해, 기관은 불과 2.7%만이 손실을 봤다고 답했다.
손에 쥔 성적표와 꿈의 크기는 오히려 정 반대다. ‘달콤했던’ 2007년을 잊지 못한 탓인지, 개인의 2008년 연간 적정 기대수익률은 무려 30.9%. 이 가운데 30% 이상 수익을 바라는 사람이 44.6%, 50% 이상도 12.8%나 됐다. 반면, 기관은 신중하다. 올해의 국내외 경제 사정을 감안한 듯, 11~20% 수익 기대층이 과반(59.5%)이었고 평균 기대수익률도 18.4%였다.
개인들의 ‘대박’심리는 투자행태에서도 드러난다. 개인 10명중 6명 이상(64.5%)은 상대적으로 오르내림의 정도가 덜한 대형주 대신 중ㆍ소형주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먹어도 크게 먹겠다’는 심리 때문으로 보인다. 중ㆍ소형주 선호율은 직접ㆍ간접을 병행하는 투자자보다 직접만 하는 투자자와 투자규모가 작은 투자자에게서 더 높게 나타났다. 또 개인 10명 가운데 3명 이상(36.1%)이 1주일에 1회 이상 거래하는 ‘단타 투자자’로 나타났는데 이 비율 역시 여자보다는 남자, 30세 이하의 젊은층, 1년 미만의 초보 투자자에게서 높았다.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르다. 선진시장에 비한 국내 증시의 문제점 가운데 개인은 국내정치상황과 대북관계를 60~70%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게 보았으나 기관의 심각함의 정도는 절반(31~32%)에 그쳤다.
2008년 증시가 10% 이상 상승할 것으로 보는 비중은 개인(48.8%)보다 기관(67.6%)이 높았다. 현재 주가에 기업가치가 반영된 수준을 묻는 질문에 개인은 고평가(29.1%)돼 있다는 답이 상대적으로 많은 반면, 기관은 저평가(31.5%) 응답이 많았다.
증권업협회 관계자는 “주식투자가 로또가 아닌 이상, 24시간 주식만을 고민하는 기관투자자와 개미의 실력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며 “과도한 욕심을 버리고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현명한 투자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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