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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국영화가 위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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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국영화가 위기라고?

입력
2008.01.1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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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계 분위기가 무거워 보인다. 지난해에 뚜렷하게 나타난 하향세를 바꿀만한 계기가 마땅치 않은 데다 제작 여건은 더욱 빡빡해지는 탓이다. 관행처럼 '한국영화 위기론'이 다시 고개를 들이민다. 현장에서 일하는 영화인들의 체감은 심각한 수준이다.

● 핑계거리가 없어진 '위기론'

그러나 이전의 '위기론' 때와 다른 것은 다른 핑계를 대지 않는 점이다. 어렵다고 할 때마다 원인과 진단도 다양하게 나왔다. 그때의 추세는 주변을 향해서 푸념하는 게 주류였다. 이익만 생각하는 제작자들의 탐욕 때문에 좋은 영화를 만들기 어렵고, 검열 때문에 소재를 마음대로 고를 수도 없으며, 한국영화라면 무조건 내려다보는 관객들의 편견 때문에 제대로 만든 영화도 옳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식이었다.

제작비도 부족하고, 기술도 미비하며 쓸 만한 인력도 없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자성은 찾기 어려웠다. 영화를 제대로 만들 수 없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수준이 미흡해도 소재 제한을 이유로 댈 수 있었고 흥행이 부진해도 배급자 탓을 하면 그만이었다. 그런 상태에서 외국영화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것은 당연하다는 패배의식도 함께 드러냈다.

그러나 <쉬리> 의 흥행 성공을 계기로 불기 시작한 한국영화 열풍은 그 이전의 수많은 이유가 근거 없는 구실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할 수 있다'는 의지, 관객이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이야기와 구성, 치열한 노력이 섞이면서 한국영화는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한국영화의 활기는 제작자본의 유입, 기술수준의 향상, 유능한 인력 수급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해 주었고, 고급 시설을 갖춘 멀티플렉스 극장의 확산을 이끌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상승국면에서는 오로지 뛰어난 창의력과 열정만이 문제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좋은 결과를 얻으면 그 작업에 참여한 여러 사람의 노력이 합당한 성과를 얻는 것이고, 반대의 경우라면 영화인들의 노력이 제대로 조합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평가 받았다. 모든 성패는 결국 영화인들의 몫이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정착한 것이다.

한국영화가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지만 객관적인 여건은 크게 좋아졌다. 제작에 참여하려는 자본은 존재하고, 시설과 인력, 배급망도 갖추어져 있다. 관객도 여전하다. 문제는 관객을 직접 극장으로 끌어들일 만큼 흥미와 감동을 주는 작품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간혹 눈에 띄는 영화라 하더라도 흥행규모가 예전에 비해 턱없이 작다.

한국영화의 시장 경쟁력이 약화하면서 유리했던 여러 조건이 오히려 발목을 잡는 모양새로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투자자본의 대규모 유입 덕분에 100억~200억원 규모의 대작을 만들 수 있었지만, 흥행 이익도 그만큼 분산됐다. 제작자라고 해야 투자나 제작을 대행해 주는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을 뿐, 자체 자금력을 갖춘 영화사를 확보하는 데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스스로 투자할 역량을 갖춘 영화사를 찾기 어렵다는 현실은 영화계가 그 동안의 호황에 겉으로 취해 있었을 뿐 구조적 안정을 갖추는 문제는 실패했다는 뜻이다.

● 자산은 결국 열정과 의지

그러나 결국 영화계의 자산은 영화인들의 열정과 의지, 그것으로 만들어내는 영화다. 10여년 전, 지금보다 더 심각한 '한국영화 위기론'이 나왔을 때 어느 제작자는 '질책보다는 격려가 필요할 때'라며, 영화 편수의 숫자보다도 제대로 영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가가 극복의 열쇠라고 당당히 말했다. 한국영화 제작 여건이나 관객의 지지는 그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양호하다. 그 제작자의 다짐은 지금도 유효한 해답이다.

<저작권자>

조희문 인하대교수ㆍ바른사회문화포럼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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