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만에 세상이 확 바뀌었다"
2일 교육인적자원부를 시작으로 한 정부 부처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대한 공식 업무보고가 8일 마무리됐다. 일주일의 짧은 시간이지만 우리 사회는 진보에서 보수로 급격한 궤도전환을 실감해야 했다. 진보 성향의 참여정부가 추진했던 부동산ㆍ조세ㆍ교육평준화 정책에 급제동이 걸리는 등 사회 각 분야 주요 정책들이 좌에서 우로 선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인수위는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인수위의 업무보고 기간 2주일을 절반으로 단축시켰다. 워낙 속도가 빠르다 보니 인수위측도 변화가 낯설 정도다. 8일 감사원의 업무보고에 참석했던 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은 "야당시절 아무리 말해도 꿈쩍도 안 했던 감사원이 인수위 방향에 맞는 보고를 하는 것을 보니 세상이 바뀌긴 바뀐 것 같다"고 감사원 간부들에게 뼈 있는 한마디를 했다.
하지만 이 당선인 인수위는 민주화를 지향했던 김영삼ㆍ김대중 정부나 진보개혁 세력을 기반으로 좌파성향을 드러냈던 노무현 정부와는 접근 방식이 달랐다. 권력기관을 해체하거나 인적쇄신을 단행하고 이념에 따라 이전 정부 정책을 재단하는 식이 아니라 철저히 수요자(국민)와 성과 중심의 실용적 노선을 취했다는 평가다.
인수위가 우선적으로 기업의 투자 의욕을 되살리는 정책을 확정지은 것도 '경제살리기'를 주문하며 표를 몰아준 유권자들에 대한 화답 차원이다.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금산(金産)분리 완화 ▦법인세율 인하 ▦기업 세무조사 축소 방침 등이 대표적이다.
방만한 정부조직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도 실용적 차원에서 접근한 것이다. 현행 18개 부(部)를 기능 중심으로 재편해 12~15개 부로 줄인 뒤 시장과 기업의 도우미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실패한 교육정책을 상징해온 현행 교육부를 사실상 해체에 준하는 수준으로 축소하고, 대입업무 등 주요 기능을 민간 또는 지방으로 이양하기로 한 것은 능력과 성과를 중시하는 이 당선인 스타일이 그대로 적용된 대표적 사례라는 평가다.
아직까진 인수위 활동에 대한 여론의 평가가 호의적이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정치학)는 "유권자가 변화의 필요성 때문에 표를 던진 만큼 인수위가 차기 정부가 어디로 간다고 하는 최소한의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 인수위가 참여정부와 차별성을 명확히 하고 새로운 정책 방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인수위가 시장중심주의 기조를 앞세우면서 성과를 따지다 보니 양극화 해소 등 복지 분야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 통신사 요금 인하 방침, 신용대사면 등 설익은 정책 발표로 혼선을 빚기도 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정치학)는 "인수위는 전환을 위한 준비팀이지 정책 결정기관은 아니다"며 "마치 확정된 것처럼 정책내용들을 쏟아내거나 공무원을 다그치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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