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한국타이어 직원들의 집단 돌연사에 대해 작업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하지만 한달전 집단발병으로 규정했다가 번복한데다 작업장에서 분진이나 소음, 고온 등의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특정 화학물질 존재여부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연구원은 8일 대전의 화학물질안전보건센터에서 한국타이어 역학조사 2차 설명회를 열고 “일상적 작업환경에서 돌연사를 직접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공통적인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역학조사를 실시했으나 작업장에서 심장성 돌연사의 직업적 원인이 될 수 있는 질산염, 메틸렌클로라이드는 사용되지 않았으며 이황화탄소, 일산화탄소는 노출될 위험성이 없거나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원은 또 발병 원인물질로 논란이 된 공장의 솔벤트에 대해 “시료 분석 결과 위험요인 물질은 발견되지 않았고 다른 유기용제에 비해 더 해로운 방향족 탄화수소(벤젠, 톨루엔, 크실렌)도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구원은 소음과 고열이 심장질환의 간접요인이 됐을 가능성은 남겨두었다. 박두용 연구원장은 “무더운 여름철 고열이 특정 근로자에게 급성적 유발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과 85㏈ 이상 소음이 혈압을 상승시켜 관상동맥질환의 간접적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미세분진과 관련, “한국타이어 공장의 미세분진을 확인하기 위한 대규모 역학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유가족과 한국타이어 직원, 민주노총 관계자들은 “몇가지 화학물질에 대해서만 역학조사가 되고, 직무스트레스와 노동강도 등이 돌연사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는 제외돼 반쪽 결과가 됐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특히 “지난해 11월 역학조사 1차 설명회에서 한국타이어의 심장질환 사망률이 국민평균보다 5.6배나 높다며 집단발병으로 규정했다가 한달만에 결론을 뒤집은 배경에 대해 정확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연구원은 “작업피로 누적 및 업무량 과다 여부 등은 현재 조사 중이며 이달 말 발표될 최종보고서에 수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타이어 대전ㆍ금산공장과 연구소에서 2006년 5월부터 지난해 9월 사이 13명이 질병으로 숨졌으며 이중 7명은 심장질환에 의한 돌연사로 판정 받았다. 하지만 산재로 인정받은 사망자는 2명에 불과하다.
대전=전성우 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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