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경기 이천에서 발생한 냉동창고 화재 참사는 후진국과 선진국 사이에 불안하게 걸쳐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냈다.
초보적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무려 40명이 숨진 대형참사에 우리 사회는 희생자들을 나무라는 것은 꺼리는 대신, 두루뭉실하게 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을 개탄한다. 그러나 이런 진단으로는 후진국형 참사가 잊을 만하면 되풀이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사고 책임을 온통 희생자들에게 물어야 옳다는 게 아니다. 그보다 법과 제도에 따라 사고 예방 책임을 짊어진 기업과 소방 당국
의 잘못을 먼저 따지고, 제도적 결함과 그릇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게 앞 다퉈 외치는 선진국형 대책이라고 믿는다.
이번 참사는 숱하게 반복된 비슷한 사고를 재연한 듯 하다. 그만큼 사고 원인이 생소하거나 특이하지 않다. 거의 밀폐된 공간인 지하 냉동창고 벽에 휘발성 시너 성분이 많은 우레탄 폼으로 단열 시공을 하면서, 인화성 높은 시너 가스가 용접 불씨 등에 발화할 것에 전혀 대비하지 않은 때문이다.
희생된 근로자들이 자신들의 안전에 신경 쓰지 않은 채 용접 작업을 한 잘못은 부차적이다. 법적으로 작업 안전과 인명 보호를 책임 진 시공업체가 안전조치와 교육 등을 도외시한 것이 근본 원인이다.
선진국뿐 아니라 우리 군에서도 이처럼 위험한 작업에는 안전 담당자를 배치하고 화재진압 팀을 대기시키는 등, 형식적이나마 정해진 안전 절차를 따른다. 민간기업도 이를 모를 리 없지만, 인력과 비용과 시간을 아끼기 위해 모든 걸 무시하는 관행이 뿌리깊다. 우리가 아직 '안전 후진국'인 연유다.
그러나 이런 안전 불감증이 해소되지 않는 것은 소방 당국이 감독 책임을 다하지 않는 때문이다. 직무 수행에 소홀한 탓이 크지만, 소방안전을 위한 각종 감독장치를 규제 완화ㆍ비리 방지 등의 명분으로 지나치게 축소한 영향도 있다.
무엇을 우선해야 옳은지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사회ㆍ경제적 피해 부담이 큰 분야에는 국가의 규제가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다시 인식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