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오빠’가 나서야 하는 걸까. 지난해 11년 만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극장가의 구원 투수로 오빠들이 출전 채비를 하고 있다. 2008년 스크린의 공통 키워드 가운데 하나는 ‘놈’들의 격돌.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한 상업영화 라인업에 스타급 남자 배우끼리 짝을 이룬 캐스팅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곱살스러운 미소를 버리고 팔뚝의 힘줄을 키운 오빠들이, 멀어진 관객의 발길을 되돌려 놓을지 주목된다.
송강호 vs 이병헌 vs 정우성 영화계가 올해 최고의 흥행작으로 기대하는 영화는 <좋은 놈, 나쁜 이상한 놈> . 순제작비만 115억원이 들어갔다. 좋은>
한국 영화로는 보기 드문 웨스턴무비 장르의 매력을 한껏 펼쳐 보인다. 배경은 1930년대 만주 벌판. 우연히 얻은 보물지도를 둘러싸고 현상금 사냥꾼(정우성), 청부살인업자(이병헌), 열차털이범(송강호)이 장쾌한 액션 활극을 벌인다. 김지운 감독이 <달콤한 인생> 이후 2년 만에 메가폰을 잡았다. 8월 개봉 예정. 달콤한>
한석규 vs 차승원 설명이 필요 없는 두 배우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에서 동물적 감각의 백전백승 형사와 예술적 감각의 천재적 절도범으로 격돌한다. 눈에는>
백발에 검은 선글라스를 쓴 한석규가 승부욕에 불타는 집요한 특별수사반장 백성찬 역을 징그럽게 그려 낸다. 치밀하고 냉철하지만,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우아하게 원하는 것을 손에 넣는 안현민(차승원)과 한 치 양보 없는 카리스마 대결을 선보인다. 3월 개봉 예정.
송승헌 vs 권상우 장담컨대, ‘언니’ 관객들의 혼을 쏙 빼 놓을 영화는 단연 <숙명> 이다. 송승헌과 권상우, 한 명만으로도 잠을 설치게 하는 두 꽃미남이 웃통을 벗어 던지고 복부에 새겨진 식스팩을 겨룬다. 숙명>
모두가 두려워하는 싸움꾼 김우민(송승헌)은 사실 섬세한 내면을 지닌 남자다. 그러나 믿었던 친구 철중(권상우)에게 배신당한 뒤, 가슴 깊이 숨겨둔 야성이 폭발한다. 냉정한 독기를 품은 악역에 도전하는 권상우의 변신도 관심거리. 2월 개봉 예정.
주진모 vs 조인성 지난해 <사랑> 으로 남자의 진한 사랑을 보여줬던 주진모와 꽃미남 이미지부터 반항적 역할까지 폭 넓게 소화하는 조인성이 호흡을 맞춘다. 사랑>
두 사람은 각각 고려의 젊은 왕과 호위무사로 출연, 아슬아슬한 동성애 연기를 선보인다. 아직 크랭크인 전이라 영화의 구체적인 질감은 알 수 없지만, 캐스팅과 시놉시스만으로도 벌써 화제를 모으고 있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 , <비열한 거리> 의 유하 감독이 연출을 맡는다. 비열한> 결혼은>
리롄제 vs 류더화 vs 진청우 중국에서 건너오는 영화에서도 ‘놈’들의 격돌은 이어진다. 홍콩의 월드스타가 총출동하는 <명장> (감독 천커신)은 태평천국의 난을 배경으로 한 스펙터클 전쟁 영화. 명장>
웬만한 국내 배우보다 한국 관객에게 훨씬 더 친밀한 톱스타들이 7,000만 달러를 들여 재현한 청나라 말기를 무대로 웅장한 서사시를 그려낸다. 31일 개봉. 장첸, 진청우, 량차오웨이 등 톱스타 3명이 대결하는 또다른 중국 블록버스터 <적벽대전> (감독 우위썬)도 북경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국내 팬들을 찾을 예정이다. 적벽대전>
■ 스크린 메우는 남자의 향기
남자 스타들을 내세운 영화가 붐을 이루는 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상업영화가 관객의 눈길을 끄는데 근육질 꽃미남처럼 좋은 ‘호객’ 요소는 없다.
이는 ‘20대’와 ‘여성’이 다수를 차지하는 한국 영화의 관객 분포에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해 말 실시한 ‘2007 영화 소비자 조사’(15~49세 남녀 2,358명 대상) 결과에 따르면, 20대 여성의 연 평균 영화관람 횟수는 19.7회로 전체 평균(12.6회)보다 훨씬 높았다.
멜로나 코미디, 호러 등 다양한 장르 영화들이 지난 2, 3년 동안 재미를 못 봤다는 사실도, 영화계가 다시 ‘오빠’로 눈길을 돌리게 된 정황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역기능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영화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20대 여성을 타겟으로 한 기획이 다수를 차지하면 문제가 되겠지만, 아직 전체적인 다양성을 해치지는 않는 수준”이라며 “영화 제작의 트렌드가 다시 남성성을 강조하는 흐름을 탄 것 같다”고 말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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