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이다. 이를 1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미국의 지난해 4분기 성적표. 지난주 ‘쇼크’라 불릴 만큼 증시에 충격을 줬던 고용지표에 이어 다음주부터는 ‘어닝 시즌’(기업들의 실적발표시즌)이 시작된다. 전망은 미국은 물론, 한국 역시 그리 밝지 않다.
■ 미국, 갈수록 나빠지는 전망치
미국 기업들은 9일 세계 최대 알루미늄 생산 업체 알코아를 시작으로 다음주 대형 금융회사들의 발표가 줄을 잇는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등의 여파로 4분기 실적이 나쁠 것이란 점은 이미 모두가 예견하고 있는 상황. 관건은 실적저조가 금융회사들만의 문제냐는 점이다.
최근 톰슨파이낸셜의 집계에 따르면, S&P500지수를 구성하는 500개 기업 가운데 지금까지 실적을 내놓은 24개 기업의 실적은 전년동기 대비 57.9%나 감소했다.
한국투자증권 박소연 연구원은 7일 “실물분야의 경기온도를 나타내는 지난 주 고용지표에서 보듯, 서브프라임 사태의 파장이 미국 금융업종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앞으로는 미국의 다른 업종에서도 실적 하향 조정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 큰 우려는 4분기가 최악이 아닐 가능성이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블룸버그가 집계한 4분기 미 S&P500 기업의 이익증가율 전망치는 지난해 12월말 -7.9%에서 최근 -8.1%로 더 나빠졌다. 올 1,2분기의 예상치 역시 덩달아 하향추세를 그리면서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1.1%까지 크게 떨어진 상태다. 대우증권 이인구 연구원은 “현재 추세로는 4분기를 저점이라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분석했다.
■ 한국, 지난해 보단 높지만…
10일 포스코를 필두로 시작되는 국내 기업들의 실적발표는 최근 어지러운 장세에서 유일하게 ‘비빌 언덕’으로 여겨진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중현 연구원은 “안팎으로 굵직한 이벤트가 없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에서도 당분간 기업들의 실적변수가 최대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장 호전은 예상되지만 문제는 계속 좋을지 여부다. 우리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워낙 저조했던 2006년 4분기 성적 탓에 지난해 4분기 실적은 크게 향상된 모습을 보이겠지만 올들어 고유가 등 불확실성이 증가해 1분기 이후 실적까지 감안하면 진정한 실적호전주를 가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박 연구원은 “조만간 발표될 4분기 실적은 통상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 surprise)라 불리며 기대감을 모으는 실적시즌과 달리, ‘부정적 효과’(negative surprise)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