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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프로 선수들 몸값 거품부터 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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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프로 선수들 몸값 거품부터 빼자

입력
2008.01.15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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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복서' 최요삼(35)이 경기중 뇌출혈로 인한 불의의 사고로 얼마 전 유명을 달리했다. 고 최요삼은 지난달 25일 벌어진 국제복싱기구(WBO) 인터콘티넨탈 플라이급 타이틀 1차 방어전에서 종료직전 도전자 헤리 아몰의 라이트를 맞고 다운 당한 뒤 곧바로 일어서 판정승을 거두기는 했지만 수술대에 올랐고 끝내 일어서지 못했다.

고인은 불과 300만원의 대전료를 위해 사각의 링에서 사투를 벌여야 했다. 매 맞고 버는 대가로는 너무 적은 돈이다.

복싱은 스포츠계의 대표적인 3D 종목이다. 더욱이 맨주먹으로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었던 영화는 옛이야기가 된지 오래다. 헝그리 스포츠로 대변되는 복싱은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사양 길로 접어들었다.

과장되긴 했겠지만 요즘 체육관을 찾아가보면 챔피언에 오르기 위해 샌드백을 두드리는 지망생보다는 다이어트를 위해 땀 흘리는 여성들이 더 많다는 이야기도 있다. 비인기종목이어서 스폰서를 잡기도 힘들다. 단적으로 한 유망한 동양챔피언이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세계타이틀에 도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도 들린다.

반면 인기 종목인 프로야구와 프로축구를 보자. 프로 스포츠는 수지 타산을 맞출 수 있는 자생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프로 구단들은 항상 적자라고 울상이다.

이에 반해 프로 스포츠 스타들의 몸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대부분의 프로 선수들은 자유계약선수(FA)를 통해 '대박' 또는 '인생역전'을 꿈꾸고 있다. 최근 한국과 일본 진출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전 두산 거포 김동주를 보자.

김동주의 4년 간 몸 값은 최대 62억원이다. 전 소속팀 두산이 당초 보장한 액수다. 그러자 일부 프로 구단들은 최근 KT가 가입금 60억원만 내고서 프로야구계에 진입하는 것을 놓고 김동주의 몸값과 비교해 반발이 심하다.

프로야구단 1개의 가치가 특정스타 한 명의 몸 값에도 미치지 못하느냐는 이야기다. 더욱이 역대 FA 선수들을 보면 거액의 몸 값은 챙겼지만 제대로 성적을 내지 못해 '먹튀'라는 속어까지 생겼으니 더 할말이 없게 됐다.

62억원이면 웬만한 프로농구단이나 배구단의 1년 운영비를 넘는 액수다. 물론 특정 스타들이 활약함으로써 팬들을 불러모으는 효과도 크다. 그러나 웬만한 월급쟁이가 한 푼도 안 쓰고 120년을 벌어야 하는 거액을 한 선수에게 베팅할 수 있느냐는 반대 논리가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프로축구 안정환도 마찬가지다. 안정환은 지난해 10억원 정도의 연봉을 받은 걸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안정환이 지난해 거둔 성적을 보면 컵대회서는 5골을 넣었지만 정작 중요한 정규리그에서는 한 골도 넣지 못했다.

그런 안정환이 작년 수준의 몸값을 달라고 구단에 생떼를 쓰고 있다. 후안무치한 태도다. 프로 선수들은 성적에 따라 몸값이 업ㆍ다운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름 값을 담보로 지나친 몸 값을 요구하는 것은 진정한 프로 선수다운 태도가 아니다.

스타 플레이어들은 1군 선수가 되기 위해 묵묵히 2군 리그에서 땀을 흘리는 선수들을 생각해 봐야 한다. 그들은 단지 1군 선수가 되기 위해 아무도 지켜봐 주지 않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오늘도 땀을 흘리고 있다.

또 대부분의 비인기 종목에서 억대 연봉을 받는 선수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구단이 먼저 살아야 선수들도 살 수 있다. 프로구단과 스타플레이어들은 머리를 맞대고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여동은 스포츠팀장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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