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의 경계는 어디일까. 대중은 얼마나 더 패러디와 인용, 혹은 오마쥬라는 이름으로 표절, 혹은 저작권 침해를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할까. 연초부터 연예계에서 표절을 둘러싼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일본진출을 추진 중인 아이돌 그룹 빅뱅의 히트곡은 끊임없이 표절시비의 도마에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엔 빅뱅의 히트곡 ‘거짓말’ ‘바보’ 등이 일본 인기 그룹의 곡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일본 네티즌들로부터도 받았다. 일본 커뮤니티 인터넷 사이트 ‘2Ch’에는 “이처럼 자주 표절의혹이 나오는 가수도 없다”며 이들을 비판하는 글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빅뱅 측은 “답변할 이유가 없다”며 표절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지난 크리스마스, 오랜만에 재결합해 공연을 가진 남성 듀오 컨츄리 꼬꼬(신정환, 탁재훈)는 전날 열린 가수 이승환의 공연 무대를 빌려 쓴 것이 화근이 돼 법적 다툼에 휘말리게 됐다.
무대 장비를 완성하는데 여러 날이 소요되는 데다 연말 공연이 집중되면서 컨츄리 꼬꼬가 이승환의 무대를 사용했으나 공연 후 이승환 측이 “장치를 허락 없이 이용했으며 이는 저작권 위반”이라며 손해배상청구소송과 명예훼손 혐의로 소송을 제기한 것.
이에 대해 컨츄리 꼬꼬 측은 “무대, 음향, 영상, 조명 까지 빌려 사용하는데 합의했었다”며 “이승환도 무대도용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고 반박했다. 컨츄리 꼬꼬 측도 결국 7일 업무방해를 이유로 이승환 측에 맞대응을 해 새해 벽두 불거진 저작권 논란이 법적 문제로 확대되기에 이르렀다.
연말 MBC 가요대제전의 오프닝 영상도 일본의 인기그룹 스마프의 영상을 표절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글에서 뛰어 놀던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무대로 오르는 내용의 이 영상에 대해 MBC 측은 단지 “패러디 했을 뿐”이라며 표절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연예계 표절 논란에 대해 전문가들은 “분명한 절도행위인 표절을 사전에 막는 장치가 부족하다” 며 제도적인 문제점을 지적한다.
음악평론가 송기철씨는 “표절은 친고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원작자의 고소가 있지 않으면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맹점이 있다”며 “외국에선 표절행위를 중하게 받아들여지지만 우리는 패러디라는 식의 말장난으로 잘못을 덮으려 할 뿐 을 대중문화의 기초체력을 깎아먹는 중죄라는 사실을 문화소비자들 마저 인식하고 있지 못하다”고 말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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