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 차기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이 일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두 가지 중요한 얘기를 했다. 하나는 대입 논술 가이드라인부터 폐지하겠다는 것이요, 또 하나는 옛날식 본고사를 보이는 학교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발언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판단된다. 첫째, 4월에 취임할 손 회장 내정자는 아직 대교협 회장이 아니다. 따라서 2월 말까지 현 정부가 책임지는 대한민국 대입정책에 대해 새로운 방침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둘째, 취임한다 해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대교협에 어디까지 대입 정책을 위임했는지 아직 불확실하다.
따라서 아직 위임 받지 아니한 사안에 대해 위임이 된다면 어떻게 하겠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무리다. 더구나 대교협은 아직 대학들끼리의 협의체에 불과하지 않은가.
셋째, 마찬가지 이야기가 될지 몰라도 민간인 신분으로 정부 정책에 대해 어떻게 그리 자신 있게 발언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교육분야 정책에 대해 사전 합의를 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특히 논술 가이드라인 폐지는 논술고사에 국한된 이야기인 것 같지만 본고사 이상의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본고사를 볼 수도 있다는 얘기 역시 대학별 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금지 등 아직 살아 있는 3불 정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주장이다.
우리가 대입 업무를 가급적 빨리 대교협에 이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한 것은 3불 정책과 무관하게 이미 현실적 타당성을 잃은 현행 대입 제도의 틀에 관한 것이었다. 이 당선인도 대입 자율화는 세 단계로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지 않아도 대교협은 대입 업무 인수를 위해 준비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대입 제도에 관해 교육부를 비판해온 입장에서는 새로 위임 받는 대입업무가 차질 없이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 먼저 할 일이다. 대교협의 능력은 알지만, 그래도 이 단체의 성격이 협의체라는 본질적 한계 때문에 상반되는 의견에 대한 조정과 집행이 잘 될지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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