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대 중국 특사단장을 맡아 중국을 방문하기로 했다. 차기 여당의 주요 인사들이 주요 상대국에 새 정부의 외교정책 틀을 설명하고, 대통령 취임식 초청장을 전달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정착되어가는 관행이다.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안에서 차지하는 정치적 지위로 보아 더할 나위 없는 특사단장 후보다. 따라서 이 당선인의 요청을 받아들이는 것은 원론적으로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최근 4월 총선 후보자 공천 문제 등을 두고 이 당선인과 박 전 대표 사이에 형성된 미묘한 분위기가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그런 당내 정치와는 분명한 선을 긋고, 적어도 외교에서는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박 전 대표의 자세는 눈길을 끌고도 남는다. 더욱이 주변의 일부 반대론을 물리친 결정이었다니, 정치적 고비마다 선택이 빛난다는 세평이 헛되지 않다.
물론 지난해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을 거치며 정치적으로 크게 성장한 박 전 대표가 단순히 국내정치와 외교는 별개라는 원칙론만으로 이런 선택을 했다고만 볼 수는 없다.
이상득 국회 부의장이 대일 특사단장을 맡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대통령 선거 직전 입당해 당내의 새로운 구심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정몽준 의원이 대미 특사단장을, 이 당선인의 측근으로 자주 박 전 대표 측을 자극해 온 이재오 의원이 대 러시아 특사단장을 각각 맡게 된 상황이 더 이상 머뭇거림을 허용하지 않았다. 또한 앞으로 본격화할 공천 줄다리기 등에서 발언권을 강화하기 위한 명분 축적에도 도움이 된다.
여느 때 같으면 극히 의례적일 ‘4강 특사’의 파견이지만 이번에는 실질적 의미도 많이 실렸다. 지난 5년 동안 내정 못지않게 삐걱거린 외교를 바로잡겠다는 차기 정부의 다짐은 벌써 대미ㆍ대일 관계 정상화 전망을 밝게 했다. 반면 정치ㆍ경제적 영향력이 날로 커지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는 상대적 후퇴가 예상되고 있어, 박 전 대표의 역할이 결코 가볍지 않다.
한나라당이 이런 선택을 좇아 상식과 합리적 계산이 통하는 당내 논의구도를 갖추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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