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1인 당 신용카드 숫자는 3.9매(경제활동인구 2,369만명 기준), 메인 카드와 사이드 카드를 빼고도 쓸모없는 카드 2장이 더 있는 셈. 인정(人情)에 치여, 대출 이자를 한푼이라도 줄이기 위해 카드를 쉽게 새로 만들고 장롱이나 서랍에 처박아 두기 일쑤였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쓰지도 않을 카드를 함부로 만들면 안 된다. 대신 장롱 카드는 쉽게 해지할 수 있다. 10월부터는 액수가 커 부담이었던 국세(國稅)도 카드로 낼 수 있다. 여신금융협회가 3일 발표한 '2008년부터 새롭게 적용되는 신용카드 관련 제도'를 살펴본다.
무엇보다 신용카드 가입 연회비 면제관행이 없어진다. 사용실적과 관계없이 가입 첫해부터 부과되는 것이다. 카드사가 신규 고객 유인책으로 가입 1년차 연회비를 면제해주는 건 일종의 마케팅 수단이었다.
하지만 이 달 중 신용카드 회원표준약관이 시행되면 이르면 2월부터는 단순히 카드를 발급 받아 쓰지않더라도 첫해부터 연회비를 내야 한다. 고객은 불필요한 카드 가입 권유를 거절하는 명분을 얻고, 카드사는 과당경쟁을 부추겼던 무분별한 카드 발급을 줄이게 된다.
쓰지도 않는데 가지고 있는 바람에 도난이나 분실 걱정을 하는 카드, 발급 받자마자 잘라버려 없지만 서류상엔 버젓이 존재하는 카드도 편하게 없앨 수 있다. 지금까지는 휴면카드에 대한 통지 의무가 없었고, 해지하는 방법도 까다로웠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앞으로 카드사는 1년 이상 실적이 없는 카드에 대해 이메일 문자서비스 전화 등을 통해 무조건 고객에게 통보해야 한다. 직접 방문하거나 자필서명이 필요했던 종전 해지 방법 대신 고객의 동의만 있으면 카드가 사라진다.
10월부터는 국세도 국세납부대행기관을 통해 카드로 납부할 수 있다. 카드로 납부 가능한 금액 한도와 국세 종류는 현재 조정 중이다. 금액은 200만원 혹은 500만원 이하가 될 가능성이 크고, 납부 항목은 종합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등에 우선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소득공제 내역도 달라진다. 지난해까지는 신용카드 등(신용+직불ㆍ체크카드+현금영수증) 소득공제 제도가 총 급여액의 15%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15%를 공제해주는 방식이었으나, 올해부터는 총 급여액의 20%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20%를 공제해준다.
카드 빚을 갚지 못해 카드 포인트 사용은 꿈도 꾸지 못했던 연체자들도 포인트 혜택을 일부 누릴 수 있다. 연체를 하면 일절 포인트 적립이 안되던 예전과 달리 갚아나간 부분에 대해선 포인트를 적립해주고, 신용회복자는 체크카드 발급을 통해 포인트를 쓸 수 있다.
아울러 카드사는 곧 사라질 포인트에 대해선 고지를 해야 하고, 사용 가능한 최소 적립 포인트 기준도 완화해야 하는 등 포인트 제도를 소비자 눈높이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
올 상반기부터는 해외에서도 국내 신용카드사가 발급한 선불카드(미리 충전) 사용이 가능해진다. 또 현재 50만원으로 제한된 기명식 선불카드의 발행한도는 소비수준 향상, 물가상승 등을 감안해 200만원으로 늘어난다.
이밖에 음식ㆍ숙박업자(간이과세자)의 세 부담을 덜기 위해 카드 매출세액 공제율을 현행 1.5%에서 2%로 인상한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