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너지의 L모 상무는 미국 글로벌 최고경영자 프로그램(GEP) 1년 과정을 수료하고 지난 연말 귀국했다. 그런데 그는 요즘 시차 적응도 안된 상태에서 중국어 공부에 매달리고 있다.
회사가 역점을 두고 있는'중국 중심의 글로벌리티'방침에 따라 어느 정도 중국어를 구사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 여기에 그는 3년 뒤 최고경영자(CEO) 선출 후보군을 염두에 두고 있어 3월부터는 모대학의 최고경영자과정도 수강할 계획이다.
'직장인의 별'로 통칭되는 기업 임원들이 바뀌고 있다. 요즘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에서 중추 역할을 하는 세대는 40대 후반에서 50대 초ㆍ중반의'475세대'. 주로 임원 자리를 맡고 있는 이들은 이론과 현장 경험을 겸비한데다 외환위기를 겪은 세대라 위기관리에 탁월하다.
이들은 조직 위주의 기존 정형화된 기업문화의 틀을 거부하고, 비전 리더십 전문성 자율성을 우선시 한다. 기업의 조직 문화에 새로운 변화의 물결이 일으키는 세대다.
475세대의 부상으로 임원의 책임과 역할이 바뀌고 있다. 기업이 기능ㆍ사업 부문별 자율 책임제로 가면서 결재만 하던 임원들은 사라지고 있다. 김명환 GS칼텍스 전무는 "임원 역할론은 얼마 전만 해도 4대 그룹에만 해당하는 얘기였다"며 "하지만 지금은 웬만한 중소기업까지 임원의 기능과 역할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중견기업의 한 인사담당 관계자는 "임원은 이제 최고경영자(CEO)를 보좌해 향후 올 기회와 위기를 사전에 파악해 대책을 마련하는 막중한 역할과 책임을 동시에 수반한다"고 설명했다. 임원도 이제 기업 위기관리와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임원들에 대한 자질과 능력에 대한 평가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임원들은 윗선에서 지시한 일만 처리하다 보니 전략적 사고능력이 떨어지고 전문성이 부족했다. 하지만 기업이 세분화 전문화 자율책임화 하면서 임원들도 책임을 지고 손익을 관리하는 능력을 요구 받는다.
민간기업 최초로 사업부제를 도입한 LG화학의 김반석 부회장의 경우 90년대 초 임원(상무) 시절 불황이던 PE(폴리에틸렌)와 ABS 사업부를 맡아 탁월한 성과를 거둬 향후 CEO로서의 성장발판을 다진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미국 경영컨설팅사인 베인&컴퍼니 코리아의 이성용 사장은"우리 기업 임원들은 시키는 일은 잘 하지만 큰 크림을 그리는 역량과 시야는 아직 부족한 편"이라며 "글로벌 시대에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체계적인 임원 교육과 함께 임원 스스로도 자질 향상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