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줄게 없어서 미안할 뿐이야.”
3년 전 자신의 전재산인 전세금 1,500만원을 기부했던 김춘희(82ㆍ사진) 할머니가 정부에서 받는 생활보조금을 모아 500만원을 기부했다고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3일 밝혔다. “인근 복지관이 보내주는 도시락이면 하루를 너끈히 버틸 수 있어. 한달 생활비 15만원이면 교회 성금하고 생활비로 충분하거든.”
한국전쟁 당시 혈혈단신으로 월남, 고아들을 보살피며 생선, 떡 등을 파는 행상을 하면서 홀로 어렵게 사는 할머니는 기초생활보호수급권자로 현재 월 38만원의 보조금을 받고 있다.
계단에서 넘어져 거동이 불편해지는 바람에 봉사활동을 못하게 되자 보조금에서 조금씩 떼 기부를 결심했다.
2005년에는 전재산인 옥탑방 전세금 1,500만원을 서울모금회에 사후 약정 기탁했고 장기는 장기기증운동본부에 기증키로 약속했다. 서울 신정3동 지하방으로 옮긴 뒤에는 전기요금을 아끼기 위해 불도 잘 켜지 않았다.
서울모금회는 할머니의 생활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이번에 돈을 받아야 할지 고민했다. 그러나 “마지막 기부가 될 수 있다”는 할머니의 말에 고개를 숙이고 받을 수 밖에 없었다.
할머니는 “이웃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어 기쁘다”며 “생명이 끊어질 때까지 계속 기부할 것”이라고 웃었다. 모금회는 우리사회를 행복하게 만들어 준 62명을 선정하는 ‘62일의 나눔 릴레이’의 제34호 행복나누미로 할머니를 선정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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