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80km 떨어진 도시 개성. 출입국 수속만 없다면 1시간이면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이다. 한국전쟁이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38선 아래 같은 남한 땅이었던 도시다.
개성 여행의 큰 재미는 북녘 도시 풍경에 빠져보는 것이다. 금강산이 자연을 보는 곳이라면, 개성은 역사와 북쪽 이웃을 돌아볼 수 있는 여행이다. 북한 주민의 생생한 표정과 맞닥뜨리고, 그들의 일상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다. 도시는 마치 골동품처럼, 낡아보이면서도 기품이 있다. 세련되진 않았지만 깔끔하고 잘 정돈된 느낌이다.
송악산의 너른 품 안에 차분히 가라앉은 도시, 개성의 빛깔은 회색이다. 무채색의 나지막한 건물들이 나름의 질서에 따라 배열돼 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시내 풍경은 ‘짠~한’ 감동을 준다.
시대극을 위해 지어진 세트장에 온 듯 과실남새상점, 천연색사진관, 봉동책방, 리발관 등의 간판들이 거리에 늘어서 있다. 길가의 사람들은 버스로 지나는 관광객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건넨다. 해맑은 미소를 머금은 어린아이, 나름 잔뜩 멋을 부린 젊은 아가씨, 차도 잘 지나지 않는 길에 단정히 서 있는 파란 제복의 교통보안원 등. 불과 몇 ㎜ 두께의 차창 밖에 ‘북한’이 있었다.
점심식사 장소인 통일관의 담장 너머로 보이는 동네에는 서울 가회동의 한옥마을을 보듯 기와지붕이 잇달아 넘실거렸고, 천변 길가에선 아이들이 방패연을 띄우느라 연신 뛰어다닌다. 차에서 내려 거리에서 그들과 손을 마주잡고 함께 사진이라도 찍는다면 좋으련만 아직은 더 시간이 필요하단다.
통일관은 남대문 바로 뒤 자남산 오르는 입구에 있는 대형 민속요리 식당이다. 2층 전체에 5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다. 점심은 개성의 명물이라는 놋그릇 하나하나에 정성을 들여 담은 11첩 반상이다. 돼지고기 편육볶음, 계란장조림, 녹두지짐, 오이무침 등이 신덕샘물과 함께 차려져 나온다. 뒤편으로 김일성 주석 동상과 개성백화점, 개성학생청소년궁전이 보인다.
■ 여행수첩
▲신문이나 잡지, 휴대폰 등은 반입이 금지된다. 카메라는 160mm 이상 렌즈는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사진은 관광지에서만 찍을 수 있다. 차 안에서의 촬영은 물론 주민들의 모습이나 민가를 촬영하는 것은 금지된다.
▲개성관광 비용은 1인 18만원(성인, 어린이 동일). 예약은 최소 출발일 10일 전에 해야 한다(02-3669-3000). 서울에서 오전 5시50분쯤 출발해 관광을 마치고 돌아오면 오후 7,8시쯤 된다.
개성=글ㆍ사진 이성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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