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교육인적자원부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등급제 보완 등 대입제도 개선 방안을 밝힘에 따라 14년간 유지돼온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의 대입전형과정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그 동안 교육부의 강력한 규제에 의해 치러진 대입전형의 상당 부분이 다시 대학의 손에 넘어갈 가능성이 커져 일대 변혁이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참여정부가 견고하게 지켜온 ‘3불(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 정책’이 사실상 폐기될 수도 있어 사회적 논란과 파장이 예상된다.
■ 대입 3단계 자율화로 가닥
교육부가 이날 보고한 대입제도 개선안의 핵심은 대입 3단계 자율화다. 자율화 보고내용에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건 ▦수능, 내신 반영 비율 대학별 자율화(1단계) ▦수능 과목 7개서 4, 5개로 축소(2단계) ▦본고사, 고교등급제 완전자율화(3단계) 방안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3불 정책’ 중 2개의 핵심 사항인 본고사와 고교등급제가 ‘해금’을 맞게 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또 인수위 구상대로 대학 입시와 관련된 업무를 대학 총장 모임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 대폭 이양하기로 했다. 신입생 선발에 대한 대학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의지를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대입 자율화 방안이 시행되면 교육부가 관할해온 대학 학사관리와 대입 업무 기능은 사라진다. 교육부가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존속돼도 ‘미니 부처’가 될 형국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교육부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대입 3단계 자율화의 시행시기를 명시하지는 않았다. 다만 “대입제도는 사회적인 파급력이 크기에 장기적인 검토를 거쳐 확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인수위 측은 현재 중학교 3학년이 대입을 치르게 되는 2011학년도를 제도 시행의 첫해로 삼기로 내부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호 사회교육문화분과위 간사는 “대입 자율화 적용시점을 중2로 할지 중3으로 할지는 매우 민감한 문제”라며 “정확한 일정은 2월초 정부조직개편과 함께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 수능 등급제 보완도 포함
교육부는 2008학년도 대입제도에서 처음 시행돼 변별력 논란을 겪으며 큰 홍역을 치른 수능 등급제에 대한 구체저인 보완 대책은 보고하지 않았다. 섣부른 보완 대책이 도리어 학교현장에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교육부는 “3월까지 여론을 수렴해 인수위에 보완대책을 보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인수위는 “3월에 보고하는 것은 수요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며 “2월초 까지 결론을 내려 보고하라”고 요청했다. 인수위는 또 대입전형과정에서 수험생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수능 원점수나 표준점수, 백분위 비율을 등급과 함께 공개할 것을 교육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점수와 표준점수 등의 공개는 사실상 수능 등급제 폐지를 의미하는 것이다.
■ 교육계 논란 가열될 듯
교육부가 대입 자율화로 제도개선의 방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교육계에서는 이념적 성향에 따라 찬반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진보적 성향의 교육 단체들은 “교육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관료들이 대통령 선거 한 달이 채 안 돼 기존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현인철 전국교직원노조 부대변인은 “대학자율화 3단계는 기존 3불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부정”이라며 “가진 자들을 위한 입시 정책 도입으로 사회양극화가 교육양극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학자율화라는 정책 방향은 대체로 옳지만 지나치게 자율만 강조할 경우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도 대두되고 있다. 자율뿐 아니라 대학의 책임도 뒤따라야만 대입제도의 총체적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는 주문이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주요 대학의 편입학 부정 문제만 해도 국민들이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10년 동안 이뤄진 대입 과정의 ‘관치’ 해결도 좋지만 대학의 무한책임도 강조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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