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김득구 비극’이 25년 만에 재현됐다.
‘비운의 복서’ 최요삼(35ㆍ숭민체육관)이 결국 뇌사 판정을 받고 유명을 달리하면서 다시 한번 프로복싱의 안전 사고에 대한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복싱 사망 사고의 희생자로 가장 널리 알려진 고(故) 김득구는 1982년 11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복싱협회(WBA) 라이트급 타이틀전에서 레이 맨시니(미국)에게 14회 KO패한 뒤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4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당시 사인 역시 최요삼과 마찬가지로 뇌사로 드러났다. 김득구는 심장과 신장을 미국인에게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당시 김득구의 사망은 복싱의 룰까지 바꿔놓은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복싱계는 그 사건 이후 기존 15라운드로 진행된 경기를 12회로 줄였다. 또 스탠딩 다운제의 도입과 메디컬 테스트를 강화하는 등 자성의 목소리가 강하게 일었다.
최요삼의 사망을 계기로 국내 복싱계에서는 또 한번 자체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되돌아 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한국권투위원회(KBC)의 경기 승인 절차와 허점투성이인 의료 테스트 등은 당장 손봐야 한다고 한결같이 입을 모으고 있다.
최요삼이 이번 경기를 앞두고 받은 의료 테스트는 혈압과 맥박을 재고 손을 쥐었다 폈다 한 게 전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최요삼이 보양식 부작용에 감기몸살, 불면 등이 겹쳐 기진맥진한 채 링에 올라간 사실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메디컬 테스트에서 `정상' 판정을 받았다고 해서 몸이 정상인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국내 복싱계에서는 현행 12라운드 규정을 10회나 8회로 줄이자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또 복싱의 박진감을 높이기 위해 지난 해 KBC가 추진하려 했던 복싱 글러브 두께를 줄이는 것은 전면 백지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기범 기자 kik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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