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2일 34개 정부 부처 및 국가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는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이명박 당선인 측은 수월성 교육과 경쟁ㆍ자율을 강조하며 교육부를 압박했고, 지난 10년 간 금과옥조로 여겨온 평준화와 3불(不)정책의 기조를 뒤바꿔야 할 교육부는 난감해 하는 모습이었다.
인수위 측은 이날 업무보고를 받기에 앞서 교육 정책의 기조와 교육부 개편 방향을 미리 천명하는 등 기선잡기에 나섰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교육 현장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등 교육부의 기능 조정을 중심으로 집중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초ㆍ중등교육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자율 강화, 고등교육은 대학 자율 확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 중간기구의 역할 강화 등을 적시했다.
사실상 현행 교육 제도 전반에 대수술을 가할 계획이며, 필요하다면 교육부의 해체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이 대변인은 또 “자립형사립고 150개 설립을 포함한 고교 다양화 300 플랜, 대학입시의 단계적 자율화, 영어 공교육 완성 등 이 당선인의 공약에 대한 실행 방안 등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향후 교육부의 역할이 이 같은 공약을 구체화하는 실무적 지원에 그칠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특히 이 대변인은 “업무보고 준비 과정에서 교육부 내에 적잖은 진통이 있었다고 한다”며 “10년 간 규제와 통제에 익숙해져 온 분들이 자율과 지원으로 (정책 기조를) 바꾸는 데 진통이 따르는 듯하다”고 말했다.
또 “보고서는 24시간 전에 제출키로 돼 있지만 오늘 오전 7시에야 제출됐다”고도 했다. 현 교육부의 핵심 관료들에 대해 탐탁치 않아 하는 인수위의 시각이 공개적으로 표출된 셈이다.
이 같은 기류는 실제 업무보고 과정에서도 재연됐다. 김경회 정책홍보관리실장과 우형식 대학지원국장, 김남일 지방교육지원관 등 교육부 참석자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굳어 있었고, 일부는 아예 공식 회의탁자 뒤편의 배석자 자리에 앉는 등 잔뜩 몸을 낮추는 모습이었다. “3불정책 기조가 바뀌는 것이냐” “대학수학능력시험 등급제는 폐지되느냐”는 등의 질문에도 묵묵부답이었다.
반면 인수위 측은 이주호 간사 등 사회교육문화분과위원들은 물론, 정부조직 개편 작업을 총괄하게 될 다른 분과위원들도 참석해 분위기를 다잡았다.
이 당선인의 측근인 박형준 기획조정분과위원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와 동행한 이달곤 법무행정분과위원은 아예 “정부조직 개편은 우리 소관업무이기도 하다”고 참석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한편 인수위는 이날 교육부가 제출한 회의자료 표지에 숫자를 표시한 뒤 위원들이 착석한 후에야 배포했고, 그나마 배포된 자료도 보고 이후 모두 회수하는 등 보안 유지에 상당히 신경을 썼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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