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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기성세대의 복권

입력
2008.01.08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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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아득한 옛 일같지만 5년 전 노무현 정권의 등장은 급격한 세대교체의 충격을 가져왔다. 정치권의 이단아였던 노 대통령이 기적처럼 대권을 거머쥔 자체가 젊은 층의 열화같은 지지 덕분이었다.

당시 대선에서 20대의 62.1%, 30대의 59.3%가 노 후보에 몰표를 줌으로써 당선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2030 신세대와 5060 기성세대 간에 대선후보를 둘러싼 대립양상이 뚜렷했다. 그래서 대선결과는 기성세대의 패배로 인식될 만했다.

집권세력에도 대대적 물갈이가 이뤄졌다. 노 정권의 실질적인 대주주는 30대, 대학으로는 80학번 이후의 386세대였다. 청와대 비서실은 서로를 형 동생으로 부르는 운동권 출신 386이 차지해 나이든 관료 출신들은 겉돌아야 했다.

국회에서도 16대 때 28.6%에 불과하던 30, 40대 의원 비율은 43.1%로 불어났다. 반면 32.6%를 차지하던 60대 이상 의원 비율은 16.4%로 추락했다.

■ 386정권에서 소외된 기성세대

정권이 바뀌면 그 영향권에 있는 정부나 공기업은 물론 일반 기업에도 인적 쇄신의 도미노가 뒤따르는 게 우리 사회 관행이다. 갑자기 젊어진 386 정권의 등장은 각 분야에도 소리 없는 세대교체의 바람을 몰고 왔다.

한창 일할 나이의 중ㆍ장년 세대는 주변부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물론 세대교체의 원인을 모두 정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그 바닥에는 정보화 사회의 급진전이라는 도도한 흐름이 있었고, 글로벌화로 선진 제도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이 부상한 측면도 있다.

어쨌든 갑작스러운 세대교의 후유증은 심각했다.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5060세대의 조기 퇴장은 국가 전체 인적자원 측면에서 큰 손실이었다. 이들은 갑자기 사회에서 쓸모없는 존재가 된 것같은 좌절과 소외감에 시달렸다.

당시 한 설문조사에서 5060세대는 "대선 이후 갑자기 늙어버린 느낌이 든다"는 허탈한 반응을 보였다. "기성세대여 기죽지 말라"는 신문 칼럼도 등장했다.

이명박 정부의 탄생은 집권세력의 이념적 교체 못지않게 세대 교체라는 의미가 있다는 점을 각별히 새겨볼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부의 핵심은 40대, 70년대 학번인 475세대라는 사실부터가 그렇다.

두 정권의 대통령직 인수위원의 평균 나이를 비교해 보아도 이명박 정부는 평균 56세로, 노무현 정부의 50세보다 6살이 많다. 역(逆)세대교체가 이루어진 셈이다.

이 당선인의 측근 인사들을 보면 더욱 그렇다. 이미 20년 전에 재무부 장관과 청와대 수석을 역임한 사공일(68)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쟁력강화 특위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사례가 상징적이다. 세대 간의 단절현상을 극복하고, 신구 세대가 조화를 이루는 집권세력의 구성은 머지않아 사회 각 분야에도 비슷한 판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지난 정권에서 상당 부분 청산대상으로 여겨지던 기성세대의 가치도 재평가를 받고 있다. 386 민주화 세대가 시대 발전에 기여한 공로 못지않게 그 토대를 제공한 산업화 세대의 역할 또한 존중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새 정부의 역사관이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의 등장은 기성세대의 복권을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 구시대 행태 부활은 경계해야

기성세대가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 그들의 경륜을 살릴 사회적 자리를 확보하는 것은 세대간 통합 차원에서도 반길 일이다. 그러나 기성세대의 복권이 구시대적 행태의 부활로 이어지는 것은 곤란하다. 편법과 부정, 지역주의와 연고주의, 관치와 비리, 독점과 담합, 수단보다 목적을 중시하는 개발시대의 부정적 유산은 철저히 청산해야 한다.

새 정부가 내세운 선진화는 이러한 구질서와의 결별을 의미해야 한다. 특히 진정한 세대간 화합과 공존을 위해서는 오늘의 젊은이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활력과 일자리가 넘치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기성세대의 의무다.

배정근 논설위원 jkp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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