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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100弗 시대… 시름 깊은 산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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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100弗 시대… 시름 깊은 산업계

입력
2008.01.08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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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가 급등으로 원재료 값은 천정부지로 뛰지만, 이를 납품가에 반영하기 힘들어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습니다." 경기 시화공단에서 비닐을 생산하는 중소 제조업체 S케미컬 대표 박모(49)씨는 요즘 벼랑 끝에 선 심정이다.

원유에서 뽑아낸 나프타로 만드는 폴리에틸렌(비닐 원료) 가격이 유가 급등으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제품을 납품 받는 대기업들은 제품가격을 동결시키거나 낮춰달라고 요구해 공장을 더 돌려야 할지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박 사장은 "폴리에틸렌 값이 2년 전에 비해 톤 당 80%가 치솟은 150만원에 달하고 있으며, 지금도 매달 5만원씩 오르고 있다"며 "1년 전 회사가 적자로 돌아선 뒤 갈수록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2. C정기화물 지입 차주 오모(42)씨는 요즘 1년 전 구입한 25톤 트레일러를 내다 팔 곳을 찾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름값과 톨게이트비만 제했는데도 집에 9만원밖에 못 갖다 줬어요.

정부에서 주는 유가 보조금은 많아야 월 130만원인데, 트레일러 할부금, 보험료, 월 20만원인 지입료까지 생각하면 차라리 차를 세우는 게 낫죠. 지금 같아선 월급쟁이로 버스 운전을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에요." 그는 16년 전 트레일러를 시작했을 때와 비교해 경유 가격은 7배나 뛴 반면, 운송비는 불과 1만원밖에 오르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대로라면 영세 화물 차주들은 생계 자체를 포기해야 합니다."

유가 100달러 시대가 현실화하면서 산업계 전반에 깊은 주름살이 드리워지고 있다. 원유 의존도가 높은 석유화학, 섬유, 항공, 운수 업종은 직격탄을 맞고 있고, 특히 무방비 상태로 고유가의 파고에 휩싸인 중소업체 및 영세 업자들은 극한 상황으로까지 내몰리고 있다. 반면, 중동 특수가 예견되는 건설ㆍ플랜트 업종과 대체에너지 관련 사업은 오히려 고유가 흐름을 타고 주가가 치솟고 있다.

사투를 벌이는 석유화학ㆍ섬유ㆍ항공 물류업계

유류비 비중이 전체 비용의 30~34%나 되는 항공업계엔 비상이 걸렸다. 유가가 1달러 오를 경우 대한항공은 30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70억원의 추가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이들 업체는 유가 100달러 시대가 지속될 경우 운임 인상은 물론, 비수익 노선 폐지까지 검토하고 있다.

물류업계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특히 물류업계의 하청업자 격인 지입 차주나 퀵서비스 업자의 경우 유류비 증가를 소속 회사에게서 보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더욱 힘든 상황이다. 한 지입 차주는 "일거리는 꾸준히 있는데도, 경유 값이 ℓ당 1,200원을 넘어가면서부터는 계속 적자여서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고 호소했다.

유가가 10% 오르면 화학제품과 석유제품은 영업이익이 각각 0.6%와 0.4% 감소한다. 그렇다고 유가 상승분을 바로 제품 판매가격에 반영하기도 어렵다.

이런 가운데 대기업은 유가 상승에 따른 원가부담을 하청업체나 원재료 공급업체에 떠넘겨 중소업체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충북 음성에서 플라스틱 제조업을 하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플라스틱의 원재료인 폴리에틸렌을 전량 독점 공급하는 대기업들이 에틸렌 가격을 유가 상승분보다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해 중소업체들의 불만이 높다"고 지적했다.

섬유업종도 타격이 크다. 대구 비산동에서 염색업을 하는 Y실업은 벙커C유를 때서 나오는 높은 열로 섬유를 염색하는데, 지난 1년간 벙커C유 가격이 30% 넘게 오르는 바람에 적자로 돌아섰다.

섬유산업연합회는 중소 섬유업체들이 고유가의 충격을 줄일 수 있도록 정부가 일시적으로 전기료를 낮춰주거나 액화천연가스(LNG) 특소세를 조정해주는 방안을 기대하고 있다.

고유가에 휘파람을 부는 업종들

하지만 국내 건설ㆍ플랜트 업계는 오일머니로 주머니가 두둑해진 중동 국가들의 플랜트 및 사회간접자본(SOC) 프로젝트 발주 증가가 예상되면서 기대에 부풀어 있다.

지난해 국내 건설ㆍ플랜트 업계의 해외수주 금액은 398억달러로 사상 최고였다. 대체에너지가 각광을 받으면서 태양광발전, 풍력, 바이오디젤 관련 업체도 주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지금 상황은 본격적인 고유가 시대를 알리는 서막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며 "앞으로 유가가 더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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