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이 최선의 방어인양 난타전이 벌이면서 나에게만 태풍이 비켜가길 엿보고 있다."
요즘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의 넋두리다. 인적쇄신의 목소리는 거세지만 정작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데 대한 자조다.
친노(親盧) 진영은 노무현 대통령의 실정 때문에 선거에 졌다는 인식이 강해 책임을 피해 갈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처음에는 새 지도부 경선을 주장해 살 길을 찾다 요즘엔 손학규 전 경기지사 합의추대론을 방임하는 식으로 묻어가려는 인상이다.
유시민 의원만 책임 있는 인사들의 동반퇴진을 촉구하고 적진인 대구 출마를 예고한 상태다. 문희상 의원은 한때 정계은퇴를 검토했지만 초선들의 '정풍운동'에 마음을 고쳐먹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 초선의원은 "김원기 문희상 유인태 의원 등 친노 중진이 오히려 총선에 대한 의욕이 강하다는 소식을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대통령을 만나 직언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들 아니었냐"고 혀를 찼다.
정동영 전 의장 계열도 후보책임론 차원에서 깨끗한 모습을 보여 줘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손 전 지사 합의추대론에 편승하면서 계파안배로 기득권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한 의원은 "정 전 의장이 대선 패배 이후 확실한 2선후퇴 등으로 매듭을 짓지 않은 게 현재의 혼돈을 초래했다"며 "지금 와서 손 전 지사의 등을 타려는 것은 비겁하다"고 비판했다.
386도 대선 패배에 큰 책임이 있지만 미동도 하지 않는다. 이들도 손 전 지사 추대론으로 위기를 돌파하려 한다. 모 중진의원은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은 '386정당' 이미지가 가장 컸다.
불출마를 선언한 창조한국당 김영춘 의원만이 진정한 386"이라며 "단물은 다 빼먹고 손 전 지사 추대 바람몰이만 하는 비겁한 친구들"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기획창당의 주역 김한길 그룹도 마찬가지다. 한 의원은 "당 쇄신보다 경선을 통한 당권장악에만 관심이 크다"며 "이쪽저쪽 옮겨 다니면서 정체성에 혼란을 일으켜 온 인사들에겐 신뢰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쇄신 대상을 구체적으로 적시해 온 초선모임도 아직까지는 자기희생을 통해 각 정파를 압박하는 파이팅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16, 17대 총선 당시의 민주당, 한나라당 사례와 비교할 때 신당의 모습은 너무 안이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크다. 2000년 4ㆍ13총선을 앞두고 동교동계의 좌장인 민주당의 권노갑 고문은 16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2004년 탄핵역풍을 맞은 한나라당에서도 박관용 김용환 강삼재씨 등 원로 그룹의 불출마 도미노가 이어졌고 5ㆍ6공 인사 퇴진론의 주역인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불출마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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