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사이버 놀이터에도 신한류 콘텐츠가 필요합니다."
권준모(43)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은 3일 기자와 만나 "게임 한류에도 새 바람이 필요한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 침체 양상을 보이는 국내 온라인 게임 업계에도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전세계에 보급된 게임 속 주인공들이 한국에서 만든 자동차로 드라이브를 하면서 국산 브랜드가 부착된 휴대폰으로 영상통화를 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온라인 게임의 엄청난 잠재력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는 한류 콘텐츠가 녹아 든 사이버 놀이터의 모습을 이렇게 그려냈다.
게임 콘텐츠는 해외 수출의 첨병으로서 무한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는 얘기다. 올해 형성될 온라인 게임 업계의 트렌드도 단순히 엔터테인먼트만 추구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라이프스타일과 연계된 교육적이고 기능적 내용이 가미된 새로운 장르가 선보일 것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전체 게임산업 수출액 중 90% 가량을 점하는 온라인 게임은 말 그대로 '수출 효자' 상품이다. 게임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06년 국내 온라인 게임 수출규모는 전년 대비 30% 급증한 5억9,999만달러였다. 문화산업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영화(2006년 수출액 2,450만 달러)에 비해 무려 24배 이상 높은 수치다.
하지만 지난해 온라인 게임업계는 극심한 불황에 시달렸다. 1인칭 슈팅 게임(FPS) 등 특정 장르가 인기를 얻자, 유사 게임들이 대거 쏟아지면서 출혈경쟁이 빚어진 탓이다.
더욱이 해외시장에선 한 수 아래로 평가 받던 중국산 게임이 돌풍을 일으킨 데다, 가정용 게임기(콘솔)에 치중했던 미국과 일본 업체들이 향상된 기술력을 앞세워 온라인 시장을 잠식해 들어왔다.
무엇보다 사행성 게임인 '바다이야기' 파문이 온라인 게임 시장 전체를 뒤흔들었다. "사실 그 동안 게임은 국가 전략산업이었어요. 정보통신부와 문화관광부는 물론 청와대까지 나서 지원을 했으니까요.
그런데 바다이야기 사건이 터지자, 게임과 관련된 모든 정책 부분이 '규제 강화'쪽으로 입장이 바뀌었죠." 최 회장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바다이야기 사건 이후 모든 게임이 사행성과 도박성을 지닌 것으로 인식되자 온라인 게임까지 덩달아 위축되기 시작했다. 그 사이 중국과 미국, 일본 등 경쟁 업체들은 기다렸다는 듯 해외 시장 점유율을 야금야금 빼앗아 갔다.
하지만 언제까지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는 일. 역시 탈출구는 글로벌 시장이다. 글로벌 게이머들의 입맛에 맞는 전략게임 개발만이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있는 해법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게임 콘텐츠 산업에 대해 호의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도 플러스 요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창의적 DNA가 포함된 차별화한 게임 개발만이 온라인 게임 종주국으로서의 자존심을 되찾아줄 것입니다."
■ 권준모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은
1988년 서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콜롬비아대학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경희대 교육대학원 교수(심리학)를 지냈다.
이어 넥슨 부사장(2005년)과 넥슨모바일 대표이사를 거쳐 2006년 10월부터 넥슨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으며 지난해 3월 말 제3기 한국게임산업협회장으로 선출됐다.
신상순기자 ssshin@hk.co.kr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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