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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자원전쟁' 제3차 세계대전이 벌어진다면…

입력
2008.01.08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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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히 폴라트 외 지음ㆍ김태희 옮김 / 영림카디널 발행ㆍ416쪽ㆍ1만5,000원

4,600년 전 이집트의 파라오 세켐케트가 군대를 이끌고 시나이 반도를 공략했다. 땅을 정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구리 광산을 손에 넣는 것이 목적이었다. 역사상 최초의 자원전쟁으로 기록된 이 전쟁 이래 가장 치열한 자원전쟁이 지금 지구촌에서 벌어지고 있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의 기자들이 세계 각국에서 취재한 내용을 모은 <자원전쟁> 은 원유, 천연가스, 철광석, 우라늄, 구리, 설탕 등 천연자원 확보를 위한 세계 각국들의 경쟁을 ‘새로운 냉전’으로 규정하면서 이 자원경쟁이 국가간의 세력판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천연가스와 석탄, 금속과 광석은 매장량이 풍부하지만 원유의 경우 전성기가 지난 텍사스 유전과 북해 유전을 비롯해 세계 곳곳의 유전이 머지 않아 바닥을 드러낼 전망이어서 각국의 경쟁이 치열하다.

세계 2위의 석유 소비국인 중국의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이 장차 미국 수준에 이르면 지금보다 13배나 늘어나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하루 석유소비량이 9,000만 배럴 이상으로 현재 세계 1일 석유 생산량보다 많다.

중국이 이란, 수단, 나이지리아, 캐나다, 호주, 남미 등 세계 곳곳에서 석유와 천연가스 확보에 나선 것은 국가의 생사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필사적인 석유 확보 노력은 이라크 침공, 카스피해 연안에서 터키에 이르는 1,770km의 새 파이프라인 건설 등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자원 부국인 러시아는 각국의 자원경쟁을 이용해 초강대국의 반열에 다시 오르려 하고 있으나 루블화 가치상승, 인플레이션 등으로 ‘네덜란드병’을 앓고 있다.

세계 우라늄 매장량의 3분의 1이 넘는 광산이 있어 ‘남쪽의 사우디아라비아’로 불리는 호주는 중국 등의 자원 수요에 힘입어 수년째 엄청난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사탕수수 농장에서 엄청난 양의 에탄올을 얻고 있는 브라질은 천연자원 문제에서 가장 낙관적이다.

무한정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리비아에는 거의 모든 국가들이 환심을 사려고 몰려든다. “중국과 러시아의 우호적인 관계는 마르크스나 레닌 때문이 아니라 원유와 천연가스 때문”이라고 한 미국의 석유전문가 대니얼 여긴의 말은 현 국제관계의 실상을 보여준다.

석유 메이저인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의 브라운 회장, 천연자원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 파이프라인이 부설된 지역의 주민 등 관련 인물들과의 인터뷰가 흥미롭다. 21세기 자원경쟁 시대에는 ‘만일 너에게 자원이 많고 나에게 그것이 필요하다면 총을 들고서라도 빼앗아 올 수 있다’는 윤리가 지배할 수도 있다고 한 전문가들의 경고가 섬뜩하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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