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는 지금까지 국내 기업의 경영권 보호 장치 도입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활발한 외자 유치를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나는 과잉 보호장치를 도입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7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 보고 자리. “적대적 인수ㆍ합병(M&A)으로부터 기업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 “기업인들을 만나서 경영권 보호 장치의 필요성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 봐라” 인수위원들의 다그침에 재경부도 일단 한 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선 지난해 이병석의원(한나라당) 등이 철강 등 기간산업에 대한 적대적 M&A를 규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 관련법안을 제출한 상태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도 산업자원부와 연대해 이의 도입 필요성을 촉구하고 있는 상태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경영권 방어 장치의 필요성에 집착하는 것은 주력 기업들의 취약한 지분 구조 상 언제든 단기 차익을 노리는 기업 사냥꾼들이 쥐락펴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3년 해외 사모펀드인 소버린이 SK에너지의 경영권을 위협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기업 자금이 생산적인 활동에 사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공장을 짓는데 들어가야 할 돈이 ‘백기사’ 확보 등 적대적 M&A 대책 비용으로 쓰이고 있다”며 “기업들의 설비투자를 늘리려면 경영권 보호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거론되는 방안은 황금주 제도, 차등의결권 제도, 포이즌필(독소조항) 등이다. 황금주 제도는 정부가 공기업을 민영화한 이후에도 주요 자산 처분이나 경영권 변동, 합병 등 중요한 의사결정 시 국가 이익이나 사회 후생에 반한다고 판단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특별주를 보유하는 제도. 일부 유럽 국가들은 정유, 가스, 통신, 항공, 은행 분야를 민영화하면서 정부가 황금주를 보유하고 있다.
차등의결권 제도는 주식의 종류별로 의결권 수에 차등을 두는 것으로, 1주에 1개의 의결권만 부여하고 있는 현행 상법에는 위배된다. 이밖에 특정 주주들에게 언제든 신주를 살 수 있는 권리를 준다든지, 적대적 M&A로 임기 전에 물러날 경우 최고경영자(CEO)에게 거액의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등의 독소 조항을 두는 방안도 검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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