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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인생] 직업·명예·안식·용돈 책에 빚진 네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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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인생] 직업·명예·안식·용돈 책에 빚진 네가지

입력
2008.01.08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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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은 돌이켜 보건대 평생 책과 떼려고 해도 뗄 수 없는 삶이다. 평생이라고 해봐야 고작 50년을 겨우 채울 참이지만. 나는 책에 참 많은 빚을 지고 살고 있다.

어렸을 때 독서삼매경에 빠지면 시각만 빼고 다른 감각기관은 닫히곤 했다. 한번 책을 붙들면 맨 뒷장을 닫고야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어머님이 밥 먹으라고 부르시는 소리를 듣지 못한 일이 다반사였다. 쥘 베른의 <해저 이만리> 에 심취했던 소년은 결국 바다를 연구하는 직업을 가지게 되었고, 잠수정 노틸러스의 네모선장처럼 수심 5,000 미터가 넘는 태평양 바닥까지 직접 다녀오기도 했다. 내가 책에 진 첫 번째 빚이다. 지금도 바다를 마음에 품고 살고 있다.

외국 책을 읽다가 혼자 읽기 아까워 번역하였다. 또 책이 좋아 읽다보니 겁 없이 책을 쓰게 되었다. 내 나이 입지와 불혹 사이 쯤 될 때였다. 책을 펴내니 세인에게 이름이 알려지게 되었다. 그것이 내가 책에 진 두 번째 빚이다. 앞으로 내 키 높이만큼 쌓을 정도로 펴낼 생각이다.

기분이 안 좋을 때는 으레 책방을 찾는다. 책은 기분 전환을 시켜주는 묘약이기 때문이다. 책에서 나는 종이 냄새와 예쁘게 꾸민 표지는 코와 눈을 즐겁게 해준다. 또 책갈피에서 빠져나온 까만 글씨들은 스트레스를 청소해준다. 내가 책에 지고 있는 세 번째 빚이다. 내 방은 사방이 책으로 꽉 차있다. 나에게는 가장 편안한 안식처가 바로 이곳이다.

책이 좋다 보니 과학독서아카데미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한 달에 한번 과학책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이다. 최근에는 주제넘게 여기저기 우수도서 선정을 위한 심사위원으로 불려 다닌다. 내가 좋아하는 책을 살 수 있는 용돈이 생기기도 한다. 이것이 내가 책에 지고 있는 네 번째 빚이다. 평생 책에 빚지고 살고 있으니, 언제 책에게 이 빚을 다 갚아야할지 걱정이다.

김웅서ㆍ한국해양연구원 해양자원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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