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3일 정부 신년 인사회에서 “(대선패배를) 승복하자”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나와 함께 정치하던 사람들이 패배해 억울하고 분할지 모르지만, 제일 먼저 해야 될 일이 승복”이라며 “상대와 자기 마음속에서 패배를 승복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내가 오만하고 독선적이라서 패배했다는 사람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덧붙일 때는 연민마저 느껴졌다.
물론 차기 정부의 교육정책과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대한 비판도 있었지만, 참여정부 정책에 대한 본능적 방어 정도로 이해됐다. 그 자리의 기조는 “승복해야 한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느낌은 하루도 안 갔다.
다음날인 4일 오전에는 “인수위는 호통치고 반성문 요구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비판하더니, 오후에 열린 경제계 인사회에서 지난 5년간 국민을 많이도 놀라게 한 거친 화법을 그대로 선보였다.
노 대통령은 “구정물 뒤집어 씌우거나 소금을 확 뿌리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며 “(인수위가) 계속 소금을 뿌리면 나도 깨지고 상처를 입겠지만 계속 해보자”라고 말했다. 인수위의 인사자제 요청에 대해선 “한번 더 자제하라고 하면 내 마음대로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말만 놓고 보면 결코 물러가는 대통령의 그것이 아니다. ‘마음으로부터의 승복’과도 거리가 멀다.
더 민망한 것은 이게 과연 대통령의 언어인지를 의심케 하는 표현들이다. “소금 뿌리면 가만 있지 않겠다”던가 “한번 더 하면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대목에선 ‘오기정치’라는 말을 붙이기도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해 10월 국립국어원은 신조어 모음집을 발간하면서 ‘기대를 저버리고 실망을 주는 데가 있다’는 뜻의 ‘놈현(노무현)스럽다’를 기재했었다. 여전히 그런 모습을 봐야 한다니 남은 임기 50일이 길게 느껴진다.
염영남 정치부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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