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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이 풍랑을 부른다면 7% 성장 수치의 족쇄를 벗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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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이 풍랑을 부른다면 7% 성장 수치의 족쇄를 벗어라

입력
2008.01.08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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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수입 200만원으로 가까스로 가정을 이끌어 가던 한 가장. "도저히 못 살겠다"는 가족들의 아우성에 어느 날 파격 선언을 한다. "앞으로 월 수입을 400만원으로 늘리겠다!" 가족들은 환호했다.

일단 약속을 한 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돈 벌기가 시작된다.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다, 그것도 모자라 빚까지 내서 주식투자에 나선다. 밤 시간을 쪼개 부업에도 나선다.

결과는 어땠을까. 한두번은 월 400만원을 벌기도 했다. 하지만 목표 수입에 도달하지 못할라치면 빚을 더 늘려 '물타기'를 하는 바람에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과중한 업무에 결국 병원 신세다. '월 400만원' 목표가 족쇄가 돼 한 가정의 작은 행복마저도 무너졌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공약인 '7% 경제성장' 달성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 성장정체에 빠져있는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어 재임 5년간 연평균 7% 성장을 이루겠다는 것이 공약의 골자.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목표"라는 경제관료와 상당수 경제 전문가들의 반론에도 불구하고, 인수 위원들은 연일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며 목청을 높이고 있다. '벌써부터 공약에 스스로 발목을 잡히고 있다'을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집착하는 성장률 수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7% 성장 공약 달성의지는 확고한 듯하다. 사공일 국가경쟁력강화특위 위원장은 "성장잠재력을 결정하는 3가지 요소는 노동투입과 자본, 생산성"이라며 "고령화로 노동력 투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만큼 기업 친화적 여건을 만들어 투자를 늘리고 생산성을 높이면 성장률을 최대 7%까지 올릴 수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표명했다.

특히, '7% 성장'이 과거의 정부 주도 고도성장 정책으로 비판된다는 점을 거론하며, "소득이 4만 달러가 넘는 미국도 생산성 향상을 통해 5% 성장을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에서도 비록 한발 물러섰지만, '수치 집착증'은 여전하다. 박형준 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은 2일 "올해 당장 7%를 달성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올해는 (경제기관들이 예측하는) 4.7~5.0% 성장률보다 1%포인트 올리는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6%정도로 낮춰 잡는 대신, 나머지 임기성장률을 더 높여 7%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족쇄를 벗어라

물론 7%성장이 아주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 문제는 7% 목표 달성을 위해 진군하다 보면, 심각한 부작용을 잉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물가 불안. 고유가 압박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고성장 전략은 필연적으로 인플레를 수반할 수 밖에 없다. 박원암 홍익대 교수는 최근 한국경제학회 세미나에서 "임기 초부터 7% 성장을 달성하려고 한다면 물가 상승, 경상수지 및 재정수지 악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성장률을 6% 정도로 낮춰 잡은 것도 이런 반론을 의식한 것이지만, 이 수치 역시 현실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인수위측이 대운하 건설을 서두르는 것을 두고 "건설경기 부양을 통해 7%성장과 60만개 일자리 목표를 달성하려는 포석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토목경기를 통한 성장과 고용은 일회적일 뿐 아니라, 다음 세대에 부담을 안겨줄 수도 있다.

그나마 이 당선인이 이날 경제연구소장들과 간담회에서 유연성을 보인 것은 다행스럽다는 평가다. 이 당선인은 연구소장들에게 "당선인이 7% 성장한다고 하는데 '다른 소리를 하면 기분 나쁘게 들리지 않을까' 이런 생각은 갖지 말라. 서로 간에 할 이야기는 다 하고 거기서 길을 찾자"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대선후보 시절 7% 공약을 제시했다가, 당선 뒤에는 '그냥 해본 소리'로 치부해버렸다. 경제부처 한 고위 관계자는 "임기 내내 족쇄가 될 7% 성장 목표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며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지만 남기고 수치는 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도 "지금이라도 7% 성장 목표가 선거를 위한 것이었다고 인정했으면 한다"며 "대신 부작용 없는 성장 잠재력 확충, 일자리 창출 방안에 매진하는 것이 우리 경제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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