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2월 24일. 서울 강북정수장을 방문한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은 상수도 원수 고급화 계획을 발표한 뒤 기자들과 만나 참여정부의 행정수도 이전 방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특히 "국민 합의도 없이 추진돼선 안 되는데…군대라도 동원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여론을 무시한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추진을 강하게 비난했다.
2008년 1월. 이제 대통령에 당선된 이 전 시장에게 3년 전 발언이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군대로 (수도 이전을) 막겠다더니, 정말 군대라도 동원해서 밀어붙일 태세네요." "역시 건설사 최고경영자 출신 답군요."
시중에 이런 조롱 섞인 비난이 일고 있는 이유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당초 약속했던 여론 수렴 과정 없이 한반도 대운하 건설 프로젝트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인수위와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들은 최근 대운하 건설을 기정사실화 하는 듯한 발언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다.
심지어 한나라당의 모 중진의원은 "반대를 위한 여론수렴은 하지 않겠다"는 강경 발언마저 내놓았다. "운하건설은 이미 확정된 사실이다", "총선 이전부터 운하건설은 시작됐다" 라는 인수위 관계자들의 발언에선 부정적 여론은 안중에도 두지 않겠다는 오만함마저 비쳐진다.
하지만 시계를 잠시만 뒤로 돌려보자. 보수진영 내부에서조차 환경 훼손과 사업타당성 논란이 제기돼 한동안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던 공약이 아니던가. 한반도 대운하 건설은 100년, 200년 뒤 후손들에게 먹거리를 제공하는 소중한 인프라가 될 수도 있지만, 잘못됐을 경우의 역풍 또한 상상을 초월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 동안 지적됐던 문제점들을 점검하고, 반대 여론도 수렴해 최선의 해법을 찾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경제산업부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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