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ㆍ기아자동차 그룹 회장은 최근 글로벌 전략차종인 '제네시스'를 시승한 뒤, 개발 담당자들에게 "굿(Good)!"이라고 외쳤다고 한다. 100% 만족할 수는 없지만, 제네시스 정도면 세계 시장에서 도요타, 메르세데스 벤츠 등 톱 메이커들과 경쟁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가졌다는 것이다.
8일 예정인 제네시스 신차 발표회에 정 회장이 참석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정 회장이 신차 발표회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2005년11월 신형 '싼타페' 이후 2년여 만이다.
새해 들어 정 회장의 경영행보가 더욱 공격적으로, 더욱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연말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가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모임에선, 재벌총수로는 가장 먼저 투자확대계획(금년도 11조원 투자)을 밝히며 새 정부에 '답례'했다. 신년 시무식에선 임직원들에게 강한 긴장감을 불어 넣었으며, 신차발표회 참석도 직접 결정했다.
사실 정 회장에게 2007년은 어떤 이유로든 '잊을 수 없는' 한해였다. 아직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이지만 '영어(囹圄)의 몸'에서 벗어난 데다, 여수엑스포 유치성공의 대성과를 일궈내기도 했다. 굵직한 경영외적 부담들이 사라진 만큼, 2008년은 경영에만 전념한다는 것이 정 회장의 생각이다.
제네시스는 현대차의 올해 '성공 키워드'다.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를 '베스트 브랜드'로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정 회장은 벤츠 BMW 렉서스 아우디 등과 맞붙어도 밀리지 않는 차량개발을 직접 지시했고, 그래서 탄생한 차량이 바로 제네시스다. 개발에만 3년 2개월간 총 5,000억원이 투자됐으며 출시시기도 신중을 기했다.
"이거 현대차맞아?"는 평가를 듣느냐, 아니면 "현대차가 그러면 그렇지…"란 평가를 듣느냐가 제네시스에 달려 있는 만큼 회사도, 정 회장도 총력전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정 회장의 경영행보와 관련해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다. 현대ㆍ기아차그룹 후계자로서 정 사장의 위상과 입지는 올해 더욱 두터워질 전망이지만, 이를 위해선 정 사장도 경영성과를 통해 '믿을 만한 후계자'임을 입증해야 한다.
때문에 정 회장과 그룹 및 오너일가까지도 정 사장에 대한 총체적 지원 사격에 나서고 있다. 3일 열렀던 기아차 모하비 발표회에 현대ㆍ기아차 양사 경영진은 물론 오너 가족까지 총출동한 것은, 바로 정 사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액션'이라는게 일반적 평가다.
사실 정 사장은 그 동안 업계 안팎에서의 우려를 떨쳐버리고 비교적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더구나 기아차의 대형 SUV 모하비가 초반 돌풍을 일으키며 정 사장의 행보에 무게감을 실어주고 있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선 정 사장의 경영능력이 확실히 검증되는 대로, 경영권 승계가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대내외적 경제여건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만큼 올해는 경영에만 전념하는 해가 될 것"이라며 "정 회장이 국내외 경영현장을 직접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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