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미 하지메(伊豆見元) 일본 시즈오카(靜岡)대 교수는 “올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논의하는 4자 회담이 열려 종전 선언을 채택하는 등 한반도 정세에 진전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즈미 교수는“북한이 한국의 이명박 정부를 받아들이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는 거의 없다”며 북한은 1년 정도의 탐색 기간을 거친 뒤 제3차 남북 정상회담에 응하는 등 이익의 극대화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명박 당선인의 등장으로 한ㆍ미ㆍ일 3각 공조 체제의 환경이 만들어졌다”며 대북지원과 관계정상화의 전제로 북한의 비핵화를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지난해 연말 도쿄(東京) 자유가오카역 앞 찻집에서 있었다.
_한국에서 10년만에 보수 세력으로의 정권 교체가 이루어졌는데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나.
“그 동안 한국 대통령 선거를 꼭 현장에서 살펴왔는데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결과가 뻔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경제가 가장 큰 쟁점이었다. 한국 국민은 이명박 당선인이 경제를 다시 일으키고, 성장시켜 줄 것을 원했다. 직선제가 시작된 1987년 이후 20년간의 한국 대선을 돌아볼 때 이번 선거에서 몇 가지 강한 인상을 받았다. 우선 한국이 세계 200여개 국가 중에서 12, 13번째 대국이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또 경제가 발전해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렸고, 북한에 대한 불안감도 없어졌다는 것을 보여준 선거였다. 그런 상황에서 선거를 하면 민주화 같은 것이 쟁점이 되지 않는다. 북한에 대한 불안이 없으면 대북정책도 문제가 안 된다. 경제도 실생활에 대해 관심이 커졌다.”
_상대적으로 엄격한 대북정책 입장을 밝힌 이명박 정부가 등장하는 상황에서 2008년 동아시아 정세를 전망한다면.
“우리의 관심은 이 지역의 안전보장이다. 지역 정세는 어떤 식으로든 진전될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을 논의하는 남북한과 미국 중국의 4자회담이 열려 종전 선언을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이는 한반도의 실질적인 평화 상황을 제도화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노무현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열심이었는데 이명박 정부가 어느 정도로 적극적일지가 최대 관심사이다. 이명박 당선인은 6자 회담을 중시한다고 밝혔지만 4자회담에 대한 입장은 현재까지는 듣지 못했다. 그러나 진짜 항구적인 평화는 종전 선언 이후의 과제이다. 북한의 입장에서 적대관계를 해소해야 하는 상대는 미국뿐이 아니다. 일본도 있다. 최소한 일본이 들어가지 않으면 항구적인 평화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역시 6자가 돼야 하는데 2008년 이 같은 움직임이 가시화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는 4자로는 어렵다.”
北, 이명박 정부 비판 자제 1년여 탐색 거칠 듯
부시정권 이후가 北 완전비핵화 여부 중대 고비
韓·美·日 3각공조체제 부활이 효과적 압박 관건
2010년 한일합방100주년 양국관계 악화 소지
한·일 FTA 재추진 '공통의 가치' 발전시켜야
_북한은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서 이명박 당선인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고 있다. 남북관계를 어떻게 전망하나.
“이명박 정부가 5년간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 한국과 어떻게 좋은 관계를, 이익이 되는 관계를 맺을 것인지, 또한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선택할 뿐이다. 이명박 정부를 거부하거나 공격ㆍ배제할 가능성은 제로라고 생각한다.”
_반면 이명박 당선인은 북한에 따질 것은 따지겠다고 말하는 등 노무현 정부보다는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역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이 이명박 정부를 무조건 무시할 수 있는 계제가 아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북한도 이명박 정부가 최악은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것은 통일과 대북정책과 관련한 남한의 정치적 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과거에는 민족과 통일에 거부감을 갖는 세력이 다수였지만 10년간의 진보ㆍ혁신 정권 하에서 적어도 찬반이 반반으로 갈렸다. 이명박 정부가 이를 역행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북한에 빡빡해질 수는 있지만 변화된 국내 분위기와 국민 감정까지 바꿀 수는 없다. 북한으로서는 이명박 정부의 등장이 남북 관계에서 최선은 아니지만 최악도 아니다. 중국과 북한의 관계도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임기인 2012년까지는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북한을 둘러싼 환경은 크게 변했다고 볼 수 없다.”
_이명박 당선인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제3차 남북정상회담 가능성과 시기는.
“2008년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지만 대통령 임기가 5년이니까 그 사이에는 반드시 개최될 것이다. 북한이 1년 정도는 이명박 정부를 지켜볼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판단이 서지 않는 한 정상회담은 없다. 3차 정상회담이 실현될 경우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어느 선까지 유지하느냐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입장을 관철시킬 경우 남북관계는 어려워지지만 국제사회의 평가는 높아질 것이고, 입장을 양보한다면 남북관계는 진전될 수 있지만 정책적인 모순을 낳을 수 있다.”
_6자 회담이 잘 굴러갈 것으로 보는가.
“북한의 핵 불능화와 핵 프로그램의 신고 문제는 제2단계다. 이 단계까지는 전혀 문제가 없다. 이명박 정부의 등장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비핵화를 추진하는 제3단계에서 이다. 북한이 제3단계에서 비핵화를 추진한다면 나머지 5개국에서 에너지 지원을 해야 한다. 이명박 당선인은 6자 회담을 중시하고있기 때문에 그 보상으로서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다. 제3단계라고 하는 것은 일단 조지 W 부시 정부까지만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2008년 10월까지다. 11월 선거 전 이명박 정부가 북한에 대해 소극적이거나, 북한에 마이너스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일은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6자 회담의 틀을 매우 중요시하고 있고, 미국과의 관계 재정립과 재조정도 매우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부시 정부 임기 내에서 업적을 만들기 위해 북한과 거래를 하고 있다. 그 거래를 이명박 정부가 반대할 가능성은 없다. 이 단계에는 문제가 전혀 없다. 이명박 정부의 등장이 6자 회담을 촉진할 수는 있어도 발목을 잡을 가능성은 기본적으로 없다.”
_그러면 2008년 이후가 문제라는 것인가.
“포스트 부시가 문제다. 북한 핵을 완전히 포기하느냐 하는 문제는 제4단계이다. 그 때 이명박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명박 당선인은 선거 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본격적으로 남북경제 교류를 하겠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남북 경제 교류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것이 엄격한 의미로 비핵화 이후가 된다면 미국과 일본, 한국의 입장이 같아진다. 그런 입장으로 3국 공조체제가 가능하다면 북한에게 매우 효과적인 압박이 될 수 있다.”
_한국에서 이루어진 진보에서 보수로의 정권교체가 동아시아의 정세에 나쁘게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인 것 같다.
“적어도 2008년 한 해 동안은 그럴 것이다. 다만 일본의 입장에서는 제3단계 비핵화가 진전될 경우 북한이 경수로 재개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미국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고 받아들여서도 안되지만 결과는 알 수 없다. 미국은 북한이 완전하게 비핵화를 실행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복귀해 완전한 비핵화 국가임을 증명한 후에야 평화적인 경수로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최소한 수년이 소요된다. 부시 정부가 업적 만들기를 위해 입장을 바꿀 수 있다. 그 경우 한국형 경수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200만㎾의 전력을 별도로 북한에 제공하기로 2005년 공동성명에서 합의했다. 이명박 정부로 교체됐다고 해서 취소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한국이 한국형 경수로 건설을 받아들인다면 일본은 불안해 진다.”
_한국의 보수 세력은 이명박 정부에서 한미ㆍ한일 관계의 복원과 한ㆍ미ㆍ일 3각 공조의 부활을 기대하고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이다. 이명박 당선인의 당선 직후 기자회견 내용을 볼 때 한ㆍ미ㆍ일 3각 공조 체제를 위한 환경은 만들어졌다. 그 기본은 북한에 대한 지원은 비핵화가 전제가 돼야 한다는 점이다. 비핵화가 되면 한국은 본격적인 대북지원, 미국과 일본은 북한과 국교정상화를 한다는 기본 입장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북한은 이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비핵화를 실행하면 정말로 보상이 이루어진다는 메시지를 필요로 하고 있다. 북한은 그 점을 주시하고 있다. 한ㆍ미ㆍ일국이 이것을 보장해 주지 않으면 안된다. 노무현 정부 하에서 사라진 한ㆍ미ㆍ일 공조 체제가 부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가능성은 크다고 생각한다.
_일본 정부가 한국의 정권교체를 드러내놓고 환영하고 있는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이 일본을 외면한다는 인상을 주었기 때문에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 관계가 좋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강하다. 일본 정부ㆍ여당 내에서도 같은 보수 정권으로서 이해와 지지를 보내기 쉬워 노무현 정부 때보다는 관계가 좋아질 것이라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그러나 진짜 어떨지는 6개월 정도가 지나야지만 알 수 있다.”
_한일의 갈등은 일본측의 책임도 있는데 노 대통령만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잘못되지 않았나. 일본인의 기대가 자칫 실망으로 변할 수도 있는 것 같다.
“실망은 빨라도 2009년 이후의 일이다. 그동안 한일관계에는 하나의 유형이 형성돼 있다. 한국에서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면 처음〈?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힘쓴다. 미래지향적 관계를 강조해‘역사 문제는 이제 끝났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그러나 집권 후반이 되면 역사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관계가 최악으로 흐른다.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번에도 한일관계는 초기엔 반드시 좋아질 것이다. 그러나 나중에 반드시 나빠지게 된다. 특히 2010년은 한일합방 100주년이어서 더욱 그렇다. 일본인은 별로 감각이 없지만 한국인은 평소 역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이 해를 의식하게 돼 있다. 한국측에서 분노의 감정이 표출될 것이며, 일본측에서 자극하는 발언도 반드시 나올 것이다. 한일 관계 악화는 이명박 정부로서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_역시 과거사 문제가 양국관계의 최대 걸림돌인 것 같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내 임기 중에 과거사를 문제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그랬다. 그건 ‘대신 일본인들도 과거사 문제로 우리를 자극하지 말라’는 조건이 붙은 한국식 표현이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단순하게 ‘역사 문제는 끝났다’고 생각한다. 양국이 과거사 문제를 극복하는 현실적인 방법은 그것을 주요 현안과 분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과거사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정상간의 셔틀 외교를 계속하고 안전보장상의 안보대화와 전략대화를 유지해야 한다. 그것이 가능하면 상호 신뢰가 생긴다. 향후 5년 안에 역사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100% 불가능하다. 2010년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
_그러나 최근 양국 관계는 양적으로, 질적으로 발전한 것도 사실이다.
“예전에는 과거사 문제가 모든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인적 교류와 문화ㆍ사회적 교류가 놀라울 정도로 확대됐다. 우리는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역사 문제로 모든 것이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역사 문제로 대립하더라도 중요 사안에서 양국의 협력은 조금이라도 진전했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 한류가 인기를 모았던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만하다. 한류를 한류로만 멈추게 하는 것은 너무 아깝다. 한일 양측의 과제다. 양국이 만족하는 수준으로 역사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_앞서 지적한 한일간의 '2010년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단순히 양국의 커뮤니케이션 문제로만 볼 수 없다. 나는 과거 20년 동안의 변화를 공동 연구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포괄적인 연구다. 최근 20년 동안 한국의 변화는 대단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그것을 포괄적으로 연구해 점이 아니라 선으로 변화를 살펴보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단편적인 부분, 일시적인 시기만 보면 한국에서 왜 그런 얘기가 나오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일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정치 외교 안보 경제에 대한 포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국가 프로젝트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
_2008년에는 일본 정국도 숨가쁘게 돌아갈 것 같다.
“제1야당인 민주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일본 정국은 법안 통과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그렇다고 지금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을 할 경우 민주당이 과반수 이상을 얻어 정권교체를 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이는 참의원의 반을 교체하는 선거가 있는 3년 후까지 최악의 경우 6년 동안 정치적 파행이 계속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경우 국익이 크게 손상된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에 정계개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우선 민주당과 여당의 대연립을 생각할 수 있다.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대표는 대연립을 시도했지만 당내 반발로 실패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지난번 중국 방문이 상징적이다. 당시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45명이 국회 회기 중 오자와 대표를 따라 중국을 방문했다. 그 중 참의원 의원은 24명이었다. 참의원에서 민주당 의원 14명만 빼내면 민주당 과반수 상황을 해소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의미심장한 세력 과시라고 할 수 있다. 대연립이 여의치 않으면 오자와 대표가 참의원 14명 이상을 데리고 나와 신당을 만든 뒤 자민ㆍ공명당과 3당 연립정권을 꾸미는 방법도 있다. 현재로서는 두 가지 방법 모두 실현 가능성이 높다. 그 경우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정부가 2009년 9월까지 유지 가능하다.”
_그래도 오자와 대표는 정권 교체를 외치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후쿠다 정권이 민주당 정부로 교체된다면 한일관계는 어떻게 되나.
“민주당으로 정권교체가 된다고 해도 한일 관계는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오자와 대표는 건강상의 문제로 총리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오자와 대표를 포함해 간 나오토(菅直人) 대표대행,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간사장 등 민주당의 총리 후보들도 한국에 대해 적대적이거나 공격적인 사람은 없다.”
_이명박 정부 출범 후 양국이 추진해야 할 가장 시급한 현안은.
“중단 상태에 있는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各막?움직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일본은 FTA 체결이 한일관계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데 노무현 정부가 일본측을 무시해 협상이 중단됐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본도 협상할 준비가 안돼 있다. 농수산물 분야 등 일본측이 양보해야 할 부분이 있다.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그러나 양국 정부가 서로를 불신하는 상황에서는 정치적 결단을 내리기가 어렵다. 이명박 당선인은 한일의 공통의 가치를 강조했다. 그것을 계속 강조해주기를 바란다. 공통의 가치란 즉 동질성이다. 한국과 일본처럼 동질성을 가진 국가는 어디에도 없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측면에서 한국과 일본처럼 유사한 나라를 찾기 힘들다. FTA는 이 같은 양국의 동질성을 더욱 강화시켜 줄 것이다. ”
■ 이즈미 하지메 교수는
이즈미 하지메(伊豆見元ㆍ58) 시즈오카(靜岡)대 교수는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게이오(慶應)대 교수와 함께 일본에서 제일 지명도가 높은 한반도문제 전문가이다. 공영방송인 NHK와 최대 일간지 요미우리(讀賣)신문 등 주요 언론의 단골 해설자로 활약하고 있는 그는 객관적인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한 날카로운 분석으로 유명하다.
북한문제에 대한 그의 입장은 단순하면서도 명쾌하다. 북한은 살아 남기 위해 핵을 앞세워 국제사회와 필사적인 거래를 하고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북한의 거래는 상황과 단계별로 크게 변화하기 때문에 국제사회는 인내심을 갖고 진지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북한을 타도의 대상이 아니라 현실적인 협상 파트너로 인식해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남북 사이에 화해와 평화 공존이 진행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일본은 불안해 할 것이 아니라 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에는 북한 핵무기에 대한 애매한 대응을 버리고 비핵화에 대한 분명한 원칙을 유지해야 한다는 충고도 빼놓지 않는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 납치 문제 해결을 앞세우며 대북 제재에 매달리는 일본 정부의 태도를 매섭게 비판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5월 발표한 논문에서 "일본이 납치문제의 진전과 해결만을 최우선으로 해 핵 문제를 둘러싼 거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에도 관여하지 않는다면 동북아에서 일본의 위상은 눈에 띄게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북 및 북미 관계의 급격한 변화를 지적하며 "일본의 대북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에 대해 지원일변도인 한국과 중국, 제재 일변도였던 미국과 일본이 서로의 역할을 맞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당근과 채찍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북한 문제 해결에 유효하지만, 이미 '실패'라는 결과가 나온 마당에 그 역할을 반대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6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정확히 예측했었다.
그는 세계에서 한국과 일본처럼 동질성을 갖고 있는 나라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서로에 대한 포괄적인 연구 부족으로 인상론적인 이해에 머물고 있는 것이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이즈미 교수는 미국의 한반도 정책과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안전보장 정책을 전문으로 연구해 왔다. 현재 시즈오카대 국제관계학부 교수와 현대한국조선연구센터장, 현대한국조선학회 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오(中央)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조치(上智)대 대학원 박사과정전기(국제관계론), 연세대 대학원 연구과정(정치학)을 마친 그는 미국 하버드대 국제문제센터와 영국 뉴캐슬대 동아시아연구센터 객원연구원 등을 지냈다.
김철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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