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옆에서 살아 숨쉬고 있는 것 같은데…”
‘비운의 복서’ 고(故) 최요삼(35)의 어머니 오순이(65)씨는 챔피언 벨트를 걸치며 주먹을 불끈 쥐고 있는 아들의 영정사진을 보며 참으려 했던 눈물을 또 흘리고 말았다. 아들은 세상을 떠났지만 어머니는 아직까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오씨는 “영정사진을 보면 요삼이가 꼭 살아있는 것 같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불러도 대답 없는 요삼이에게 “너무 고생을 많이 했는데 다음 세상에선 아픔이 없는 곳에서 편히 쉬어라”며 두 손 모아 기도했다.
4일 빈소가 마련된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1호실. 고 최요삼의 동생 경호 씨는 아직까지 문자메시지가 오는 형의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경호씨는 “형의 손길이 느껴지는 휴대폰인데 앞으로 제가 사용해야죠”라며 말끝을 흐렸다.
고인의 영정사진 옆에는 생전에 아꼈던 챔피언 벨트와 트로피 그리고 권투 장갑이 놓여있다. 그리고 또 다른 ‘명예’가 더해졌다. 김종민 문화관광부 장관은 이날 오후 빈소를 찾아 체육훈장 백마장(4등급)을 고인에게 추서했다. 프로복서로서 국위를 선양하는 한편 장기기증으로 새 생명을 살리는 등 열정과 따뜻함을 남겨 사회의 귀감이 됐다는 것. 이는 1982년 세계복싱협회(WBA) 라이트급 타이틀전에서 KO패한 뒤 숨진 고 김득구 선수가 받은 훈장과 같다. 김 장관은 “불행한 일이 생겨 면목이 없다. 앞으로 선수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경기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1,500여명의 조문객이 다녀간 빈소에는 이날도 권투인을 비롯한 각계 각층의 조문행렬이 이어졌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오씨의 손을 꼭 잡고 “상심이 크시겠지만 큰 일을 하고 떠났기 때문에 아드님의 죽음은 헛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위로했다.
이밖에 신상우 한국야구위원회 총재, 박재호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마라톤의 이봉주 등 수많은 조문객들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고인의 장례식은 5일 오전 6시 ‘권투인장’으로 치러진다. 유해는 화장한 뒤 경기 안성시 일죽면 유토피아 추모관에 안치된다.
김두용 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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