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 영일만의 청어는 조선시대 궁중 진상품이었다. 겨울철 맨 먼저 잡히는 이곳 청어가 맛이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어획량도 많아 이곳 주민들은 겨우내 집집마다 굴뚝 옆 처마 밑에 청어를 매달아 말렸다.
얼고 녹기를 밤낮으로 되풀이하며 차가운 바닷바람에 꾸덕꾸덕 말라 발효된 것이 과메기다. 청솔가지 연기에 훈증돼 솔향기가 나는 과메기를 김장김치 죽죽 찢어 싸먹는 맛을 최고로 쳤다. 과메기라는 명칭은 청어 눈 부위에 꼬챙이를 꿰어 말린다는 뜻의 관목(貫目)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 정어리나 도루묵처럼 청어도 남획으로 1960년대 들어서부터 우리 연안에서 거의 자취를 감췄다. 그 때부터 청어 대신 꽁치로 과메기를 만들고 있는데 그 맛도 청어 과메기에 뒤지지 않는다. 갱엿 빛깔로 잘 발효된 꽁치 과메기를 싱싱한 생미역 파 마늘과 함께 초장에 찍어 먹으면 겨울철 소수 안주로 최고다.
처음엔 비리고 퀴퀴한 맛이 비위에 맞지 않다가도 먹다 보면 삭힌 홍어에 맛들여지는 것처럼 어느새 그 맛을 잊지 못하게 된다. 잘 손질된 과메기는 비리지 않고 고소하다. 요즘엔 산초나 초피, 상황버섯을 이용해 발효시킨 기능성 과메기도 인기다.
▦ 지금이 제 철인 데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고향 특산품이라는 점도 작용해 요즘 시중 음식점에서 과메기가 인기 상한가다. 과메기 메뉴를 내놓는 골프장 클럽하우스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국민의정부 시절엔 삭힌 홍어가 인기를 누렸었다. 씨가 말랐던 흑산도 홍어가 1997년 정권교체 후에 많이 잡혀 화제가 됐는데 지난해 말부터 포항 연안에 청어떼가 돌아와 올해는 청어 과메기도 먹을 수 있게 되었다니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정ㆍ관가 주변에선 비위에 안 맞는데 홍어에 이어 과메기까지 맛들여야 하느냐고 불평하는 사람도 있다.
▦ 내리 네 번 바닷가 출신 대통령이 나오면서 얘깃거리도 많다. 아버지가 멸치 어장을 운영한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는 멸치값이 부쩍 뛰었다. 노태우 대통령 시절엔 잘 나가는 대구ㆍ경북 출신을 광어, 그보다 못 나가는 부산ㆍ경남 출신을 도다리라고 했지만 김영삼 대통령 시절 들어 횟집에서 광어보다 도다리 값이 더 비쌌다.
도다리는 양식이 안 돼 자연산만 있었기 때문이었지만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정치적 의미를 부여했다. 남해 동쪽(부산)과 서쪽(목포) 해양세력의 합작품인 해양수산부가 동해 출신 대통령 정부에 들어 통폐합 운명에 처한 점도 흥미롭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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