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위화 지음ㆍ김현정 옮김 / 시그마북스 발행ㆍ500쪽ㆍ2만3,000원
오빠 이자나기가 동생 이자나미에게 “너의 몸은 어떻게 생겼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나의 몸은 이뤄졌지만 아직 모자란 곳이 한 군데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자나기는 “나의 남는 부분을 너의 모자란 곳에 집어넣어 나라를 세우려고 하는데 어떠하냐”라고 다시 물었다. 그렇게 두 신은 성교를 해서 일본 열도와 여러 신들을 탄생시켰다. 얼핏 보면 도색잡지에나 나올 법한 이 이야기는 일본의 창세기 신화다. 성에 관대한 일본인들의 태도는 이러한 신화에서 비롯한 것일지도 모른다.
성적으로 대단히 개방적인 것처럼 보이는 이미지가 있는가 하면 일본 여성의 또 다른 대표적 이미지는 현모양처다. 그런 탓에 대개 ‘일본 여자’하면 남자에게 순종적이고, 상냥하며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오죽하면 대만의 유명 작가 보양은 “집은 미국 집에서 살고, 차는 독일 차를 타고, 아내는 일본 여성과 결혼해 사는 것이 가장 좋다”고 했을까.
극도로 상반된 두 이미지는 엄연히 존재하는 일본 여성의 두 얼굴이다. 이 책은 일본 여성들이 두 얼굴을 가진 까닭을 역사적 배경 속에서 찾는다.
미성년에서부터 결혼한 유부남, 유부녀까지 마을 사람들끼리 서로 상대를 바꿔가며 성관계를 갖는 ‘요바이’ 풍습, 아무 거리낌 없이 단 한 번의 만남에서 성관계를 갖는 중학생들의 세태에 이르기까지 일본 사회의 저변에 깔려 있는 성 문화에서 성적으로 개방적인 일본 여성의 이미지를 찾고 있다.
또한 일본 근대화의 물결이 술렁이던 1950년대 중반, 국가가 여성들에게 요구한 덕목에서 현모양처의 탄생을 캐냈다. 중공업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던 당시, 남성 노동력이 대량으로 필요했고, 가정을 지키는 것은 오롯이 여성의 몫이 됐다. ‘남자는 일하고 여자는 가정을 지킨다’는 남녀 분업 모델은 이 때부터 전통처럼 굳어진 것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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