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발생한 경기도 이천의 냉동물류창고 화재 참사는 10년 전 부산 서구 암남동에서 발생한 범창콜드프라자 화재 참사와 원인과 피해 규모 등이 판박이처럼 닮아 공사 현장의 안전불감증이 한 치도 나아지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업체들은 건물 특성상 밀폐된 냉동창고 안에서, 폭발 위험성이 높은 유증기가 발생하는 우레탄 발포작업을 하면서도 별도의 안전요원이나 최소한의 소방장비도 갖추지 않은 채 용접작업을 동시에 강행하는 무모함을 보였다.
1998년 10월에 발생한 부산 안남동 신축 냉동창고 화재는 과부하를 견디지 못한 전선이 합선되면서 일으킨 불씨에서 시작됐다. 작은 불씨가 밀폐된 냉동창고 내부에 가득 찬 유증기에 옮겨 붙어 폭발하면서 8층 건물 전체를 순식간에 불태웠다. 당시 화재 현장에는 소화기 등 최소한의 소방 장비가 갖춰지지 않았고 비상 대피 계단을 알려주는 비상등과 유도등도 없었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었지만 가동되지 않았다.
당시 공사 현장의 인부들은 별다른 안전 조치도 없이 유증기를 일으키는 발포와 용접 작업을 한꺼번에 진행했다. 이 사고로 27명이 목숨을 잃었고 16명이 부상했다.
94년 4월 전남 나주 금동리 신진냉동창고 화재도 비상계단을 제외하고 창문 하나 없는 밀폐된 냉동창고 안에서 인화성 물질 바로 옆에서 용접을 하는 등 안전수칙을 무시해 일어났다. 이 사고로 공사장 인부 이모(31)씨 등 5명이 숨지고 5명이 중화상을 입었다.
소방 관계자는 “밀폐된 냉동창고 안에서 단열을 위한 우레탄 발포작업은 다량의 유증기를 발생시키는 만큼 세심한 안전조치가 필수적”이라며 “10년 만에 원인이 거의 똑 같은 냉동창고 대형 화재 참사가 되풀이 된 것은 최소한의 안전수칙마저 무시해 버리는 현장의 안전불감증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agada20@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