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내 지한파 인사로 알려진 톰 랜토스(79ㆍ사진ㆍ민주당) 미 하원 외교위원장이 식도암 진단을 이유로 은퇴를 선언했다.
랜토스 위원장은 2일 성명을 통해 “정기 검진에서 식도암이 발견됐다”면서 “암 진단과 향후 치료 등을 감안해 11월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1928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난 랜토스 위원장은 미 의회 의원 중 유일한 홀로코스트 생존자로 81년 하원에 진출한 뒤 열네번 연속 선출돼 지난해 1월 하원 외교위원장에 올랐다. 2차 대전 당시 체험을 바탕으로 의회 내 ‘인권 코커스’를 창설, 20여년간 공동의장으로 활동하는 등 인권 신장에 큰 관심을 기울여왔다.
북한 등 압제정권 치하 주민들의 인권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해왔으며, 지난해 하원의 위안부 결의안 통과 때도 공동 발의자로 참여하고 찬성토론에 나서 만장일치 통과를 이끌어내는데 크게 기여해 미 의회 내 ‘지한파’로 통한다. 2005년 1월과 8월 두 차례 북한을 방문하고 지난해에도 재방북을 적극 추진하는 등 북한 핵문제 해결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지난해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진 한국인 인질 사태 때 한국 국회의원단이 그를 만나 도움을 호소하자 “사태 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면서도 “원칙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 내 손자가 잡혔어도 탈레반과는 협상하지 않겠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외신들은 랜토스 위원장이 미국 정부의 이라크 침공을 승인한 2002년의 의회 결의안 통과를 주도했다가 이후 미국의 이라크 정책을 강력히 비판하는 입장으로 돌아섰다는 점을 지적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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