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감기약을 먹이지 말라고?”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달 26일 1세 미만 영아에게 해열진통제 사용을 제한하고, 2세 미만 아동은 감기약 사용시 의사와 상담한 뒤 용량을 정하도록 감기약 용법을 바꿨다. 식약청은 해열진통제와 진해거담제 등 감기약 용법ㆍ용량 안내문에서 1세 미만이나 2세 미만 아동에 대한 항목을 삭제하는 내용의 ‘의약품 등 표준 제조 기준’개정안을 입안 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해열진통제와 제산제, 소화제, 장을 보호하는 정장제, 지사제, 통증과 경련을 완화하는 진경제는 1세 미만에 대한 용법을 표시하지 않도록 했으며 감기약, 진해거담제, 비염용 먹는 약은 2세 이상부터, 설사를 유도하는 하제는 3세 이상부터 용법을 표시하도록 했다.
이같은 결정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최근 어린이 감기약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열 나고 기침하는 아이를 그냥 두자니 그렇고, 감기약을 먹이자니 꺼림칙하기 때문이다.
■ FDA 자문위, 7가지 성분 사용중지 권고
미국 FDA 자문위원회는 지난해 11월 19일 2세 미만 아이에게 부어있는 콧속 혈관을 수축시켜 콧물을 억제하는 코충혈제거제, 6세 미만에게는 염증을 일으키는 히스타민 분비를 차단하는 항히스타민제를 추천하지 않는다며 사실상 사용 중지를 FDA에 권고했다. FDA는 이 권고를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
FDA 자문위의 이 같은 권고는 1969~2006년 자료를 검토한 결과 항히스타민제와 코충혈완화제를 복용한 뒤 123명이 사망했는데 사망자 대부분이 2세 이하 영ㆍ유아였기 때문이다. 과다 복용이 주 원인이었다.
사용 중지 권고 리스트에 오른 7가지 감기약 성분 중 브롬페니라민을 제외한 6가지는 우리나라에서 시판되는 감기약 119개 품목에 들어 있다. 7가지 성분은 염산디펜하이드라민 클로르페니라민 브롬페니라민(항히스타민제), 염산페닐에프린 슈도에페드린(코충혈제거제), 덱스트로메트로판 염산디펜히드라민(진해거담제) 등이다.
따라서 어린이 감기약 라벨에 이 성분이 들어 있으면 약을 먹이기 전에 반드시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국내에서 많이 팔리는 감기약인 부루펜(성분명 이부프로펜)과 어린이용 타이레놀(성분명 아세트아미노펜)에는 해당 성분이 포함돼 있지 않다.
■ 어린이 감기, 어떻게 할까
아이가 열이 난다면 우선 감기인지 천식, 폐렴, 축농증 등 유사 질환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열이 심하게 나는 감기라도 1~2일 정도 감기약보다 해열제를 먹이는 것이 좋다. 열이 나는 이유는 백혈구의 식균작용을 촉진해 몸에 침입한 병균을 제거하기 쉽도록 도와주기 위한 것이므로 미열이라면 그냥 두는 것이 좋다. 강남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윤종서 교수는 “감기약은 증상을 완화시킬 뿐”이라며 “아이가 감기에 걸렸다고 무조건 감기약을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체온이 38.3도 이상 오르면 해열제를 먹여 열을 낮춰야 한다. 대한소아과학회 이사인 신손문 제일병원 소아과 교수는 “아이가 감기나 폐렴에 걸렸을 때는 열을 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해열제를 먹여도 계속 열이 나고 토하면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코가 너무 막히면 코 흡입기로 막힌 코를 뚫어줄 수 있지만 이 과정에서 코 점막이 떨어져 나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코 분비물이 지나치게 많으면 점비약(식염수)을 코에 한 두 방울 떨어뜨려 주는 것도 방법이다.
서울아산병원 소아과 유진호 교수는 “어린이 감기는 감기약을 개인적으로 사서 먹이지 말고 반드시 전문의 처방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대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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