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나왔던 MBC 민영화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대선에서 집권에 성공한 한나라당에서 나온 MBC 민영화 논란은 과거 어느 정권 교체기보다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논란이 뜨겁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다(多)공영 1민영 체제’보다 ‘1공영 다(多)민영 체제’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민영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 및 실익 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소유구조 개편에 대한 논란에 한정돼 있고, 지난 대선 과정에서 보인 MBC에 대한 불편한 심정에서 나오는 ‘방송 길들이기’, ‘방송장악 용 엄포’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병국 한나라당 홍보기획본부장은 최근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MBC 민영화를 거론하면서 “MBC가 공영방송으로 지속할 의향이 있다고 하면 수신료로 운영돼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민영화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정 본부장에 따르면 공영방송은 광고 없이 수신료만으로 운영되도록 하고 민영방송은 국민주나 컨소시엄 형태로 MBC의 소유구조를 바꾸면 된다는 것이다.
어떤 형태든 이 과정에서 MBC의 최대 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없어진다. 그는 이르면 2월 임시국회에서 방송법 개정이나, 방송통신융합기구법 및 국가기간방송법 제정 등을 통해 공영방송의 소유ㆍ수익구조를 개편할 것이라는 뜻을 비췄다.
하지만 언론계 안팎에서는 정 본부장의 말처럼 추진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민영화 과정에서의 지분 정리 문제와 민영화 방법 등 곳곳에서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우선 MBC 지분의 30%를 보유하고 있는 정수장학회가 걸림돌이 된다. 정수장학회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995년부터 2005년까지 이사장으로 있었다. 그러나 사실상 박 전 대표의 소유나 다름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MBC 민영화 과정에서 정수장학회가 지분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정수장학회가 민영MBC의 대주주가 돼 민영화의 취지에서 벗어난다.
또 4대기업을 제외한 중소기업 컨소시엄에 지분 할애하는 방식도 SBS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 모 회사 태영의 급속한 성장을 가져와 대기업 제외의 실효성 문제와 더불어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시비 및 향후 운영에 있어서 사주의 영향력 등으로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MBC가 민영화 됐을 경우에도 사회적 실익을 평가해봤을 때 득보다는 실이 크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공영방송과 달리 민영방송은 주주의 이익을 위한 수익 운영이 목표가 되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공공성보다는 상업성에 치중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MBC 관계자는 “민영화 문제는 소유구조와 수익구조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공공영역의 축소로 이어져 전체적인 피해는 시청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후지, 아사히, 니혼TV 등의 민방에서는 다큐멘터리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며 “MBC가 민영화되면 ‘100분 토론’, ‘PD수첩’ 등 공익성 강한 프로그램은 모두 사라지고 선정적이며 자극적인 프로그램만으로 메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MBC 민영화는 한미FTA 실행 과정에서도 외국의 거대 자본이 방송에 침투하는 데 큰 허점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강형철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FTA 시대에 다채널 방송에 대한 정부지원 및 수신료 보전 등은 불공정 거래가 되지만 예외로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공영방송”이라며 “MBC 민영화는 미국 자본의 침투에 대비해 우리 스스로 가지고 있는 문화적 보호장치를 놓아버리는 근시안적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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