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당산업 김기운 회장(88)이 무자년 새해를 맞는 감회는 남다르다. 1968년 민둥산이나 다름 없던 전남 강진군 칠량면 명주리와 장흥군 관산면 부평리 일대에 자신의 이름을 딴 초당림을 가꾸기 시작한 지 올해로 40년을 맞았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지난해 말 나무 가꾸기에 쏟아 부은 40년 세월의 기록을 모아 ‘초당 육림 40년’이라는 책을 펴냈다. 일기 형식의 책에는 김 회장의 땀과 눈물의 기록들이 고스란히 적혀있다.
“사업이 자리를 잡으면서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고 헐벗은 국토에 나무를 심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했다”는 김 회장은 나무 심을 만한 땅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녔고 당시 평당 3원씩 주고 400ha를 사서 나섰다.
10년 전까지는 주말을 빼고는 늘 현장에 머물면서 손수 나무를 심고 가꿨다는 김 회장은 요즘도 틈만 나면 초당림에서 시간을 보낸다.
초당림에는 편백 132만 여 그루, 테다소나무(미국 삼엽송) 105만 여 그루, 백합 나무 30만 그루, 삼나무 18만 여 그루 등 경제 수림 17종 440만 그루의 나무가 산 1,000ha를 뒤덮고 있다. 국내에서 경기 포천시의 국립수목원 다음으로 큰 규모다. 숲 길만 해도 40㎞가 넘고 인부 20~30명이 일년 내내 가지치기 작업을 진행 중이다.
김 회장은 특히 백합나무에 대한 애착이 컸다. 성장 속도가 빠르고 목재로의 활용도도 높아 경제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1971년 백합나무를 심을 때만 해도 정부나 학계 모두 우리 풍토에서 잘 자라지 못한다며 거들떠 보지 않았다”는 그는 “초당림을 통해 백합나무가 우리 땅에서도 잘 자랄 수 있음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실제 산림청은 2,3년 동안 초당림에 대한 정밀 심사를 거쳐 지난해 백합나무를 권장 수종으로 지정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재선충(材線蟲)의 습격을 받아 잣나무 2,000여 그루가 잘려나간 경기 남양주시 광릉수목원 인근 산림청 국유 시험림에 백합나무 1만 그루를 새로 심었다.
초당림의 가치가 확인되면서 이곳은 국내외 임업인이나 산림기관, 지자체와 기업들의 견학 장소로 각광 받고 있다.
김 회장은 “우리 산림 면적의 20% 정도만 겨우 돈이 되는 나무”라면서 “경제수림을 집중적으로 심지 않으면 목재 수입 비율이 96%나 되는 우리는 얼마 가지 않아 금 값을 주고 나무를 사와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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