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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 반짝 아이디어로 나도 발명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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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 반짝 아이디어로 나도 발명왕!

입력
2008.01.08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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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에 사업가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환갑 넘어 ‘거진 다 살았다’ 했는데 반짝 아이디어 하나가 인생을 바꿨지요.”

방부복(62ㆍ체인지파트너 대표)씨는 올해 생애 최고의 순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자신이 개발한 분리형 패션운동화가 3월 국내와 일본에서 동시에 출시된다. 전업주부로 1남1녀를 키우면서 아이들 운동화를 세탁할 때마다 “좀 빨래하기 편하게 만들 수는 없는 거야” 불만스러웠던 기억이 불쑥 “내가 한 번 만들어 봐?”로 구체성을 띤 것은 2006년 10월.

아이디어는 간단했다. 지퍼를 이용해 신발 발등 부위를 뗐다 붙였다 하는 것이었다. 유관상품의 특허 등록 여부를 한국여성발명협회에 문의했더니 놀라운 대답이 돌아왔다. “아이디어가 너무 좋아서 특허를 신청한 사람이 여태 없었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지난해 4월 특허를 신청하고, 7월 실용신안 등록증을 손에 쥐었다. 그 사이 5월에 코엑스에서 열린 여성발명품 전시회에 내놓은 시제품을 보고 일본의 토탈패션업체가 주문 의사를 밝혔다. 품질관리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회사라 중국의 샘플공장에서 시제품을 만들어 가면 ‘지퍼가 운다’ ‘방수가 안 된다’ ‘멋스럽지 않다’ 등 퇴짜를 맞은도 수십 차례.

하지만 덕분에 당초 빨래나 좀 편케 해 보자는 단순한 아이디어는 보기좋게 살이 붙어서 패션과 기능을 모두 만족시키는 제품으로 거듭났다. 방씨는 지난 연말 이 회사로부터 10만족을 주문 받는 대박을 터트렸다.

“발명이나 특허는 엄청 똑똑하고 잘난 사람들만 하는 건 줄 알았는데 막상 해놓고 보니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예요. 불편한 걸 고쳐보려는 생각이 시작이니까요. 요즘은 발명 재미에 푹 빠져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 그릇도 예사롭게 안 봐요. 저걸 좀 다르게 만들면 특허가 되지 않을까 궁리하느라 바쁘죠.”

방씨의 분리형 패션운동화는 일본에서도 특허를 받았고, 미국 특허도 출원중이다. 국내에서는 신학기 시즌에 맞춰 온라인 판매를 시작한다. 방씨는 “발명가라는 자부심에다, 돈도 벌게 됐으니 로또가 안 부럽다”고 흐뭇해 했다.

약사 출신인 정정례(54ㆍ해누리 대표)씨도 올해 자신이 특허를 갖고 있는 청국장잼을 대구와 경산의 초등학교 3곳에 납품하기로 계약, 발명의 소중한 결실을 맛보게 됐다.

아이들이 질 낮은 패스트푸드에 빠지는 것이 늘 안타까웠던 정씨는 우리 전통 건강음식인 청국장을 아이들 입맛에 맞게 만들어볼 수 없을까 궁리 끝에 청국장잼을 개발, 2004년 특허를 받았다. 지난해 11월에는 산업자원부로부터 신기술보육사업으로 인정받아 8,000여만원의 지원금도 끌어냈다.

정씨는 “내 아이디어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한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면서 “사소한 아이디어라도 자꾸 공글려서 뭔가 발명해낸다는 사실이 너무 신나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청국장잼 외에도 최근 피라미드형 계란포장지를 개발, 경남 산청의 계란제조업체로부터 좋은 가격에 특허를 사겠다는 제안도 받아놓고 있다.

방씨와 정씨처럼 일상에서 부딪히는 불편함을 개선하려는 아이디어를 통해 인생역전에 성공한 여성들이 꽤 많다. 매번 냄새 나는 음식물쓰레기 처리에 골치를 앓던 주부가 음식물처리기를 발명, 연매출 1,000억원을 바라보는 기업화에 성공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여성발명협회 이만섭 부장은 “ ‘발명가’ 하면 흐트러진 머리를 한 채 연구실에 박혀있는 외곬인생을 떠올리는 것이 사회적 통념이지만, 실제로는 일상에 뿌리를 깊이 박은 생활인들이 대부분”이라며 “그런 면에서 직접 가정살림을 책임지는 주부들이야말로 가장 가능성 높은 생활발명가들”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여성들이 취득한 특허, 실용신안 등 산업재산권은 2006년 기준 20만6,000여 건에 이른다. 이중 사업화 비율은 1% 정도로 추정되지만, 산업구조나 생활양식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장롱 속에 묵혔던 특허가 새롭게 조명받는 기회도 많다.

이 부장은 “특허로 통칭되는 특허와 실용신안, 디자인, 상표 등 산업재산권은 종류에 따라 15~20년간 법적으로 보호된다”며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직접 사업을 하지 않더라도 특허권을 기업에 넘기고 로열티를 받는 식으로 활용도 가능한 만큼 발명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이 높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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