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북 영주의 한 아파트단지 내 놀이터에서 5살 난 A양이 그네를 타다가 목숨을 잃었다. A양은 10세 어린이와 함께 그네를 타다가 떨어져 바닥에 머리를 부딪혀 참변을 당했다. 매일 놀던 집 앞에서 일어난 날벼락과 같은 사고였다.
그네 시소 등 놀이시설과 바닥재는 모두 안전검사 대상이지만 이를 무시하고 설치한 바닥재가 충격을 흡수하지 못해 귀한 목숨을 앗아간 것이었다.
이 같은 사고의 위험이 일상생활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위험한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아니어도, 비행기나 배를 타고 멀리 여행을 떠나지 않더라도 사고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 매일 다니는 학교나 어린이시설, 아무 생각 없이 사온 건강용품이나 완구 주방용품 등이 이런 사고 위험을 안고 있다.
호주와 미국은 최근 어린이 5명이 중국산 구슬 장난감을 삼켜 혼수상태에 빠지는 일이 발생하자 해당 제품 리콜 조치와 판매금지 명령을 내렸다. 색색의 구슬을 물에 적셔 붙여서 원하는 모양을 만드는 이 구슬장난감의 코팅재료가 체내에서 신경을 흥분시키는 마약성분(GBH)으로 변형돼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일으킨 것이었다.
국내에서는 사고가 나지 않았지만 똑같은 제품이 ‘쥬쥬워터비즈‘라는 이름으로 이미 5만여개나 팔렸다. 제품을 수입 판매하는 ㈜영실업은 사고를 막기 위해 전량 무상교환을 하기로 했다. 물 대신 침을 발라 구슬을 붙이기 십상인 어린 아이들의 성향을 떠올린다면 마약을 아이 손에 쥐어준 꼴이다.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은 아이들뿐 만이 아니다. 지난해 부산의 아파트 단지 앞길에서는 자전거 동호회 회원인 B씨가 멀쩡하게 타고 가던 자전거가 두 동강이 나 추락사고로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가 나자 자전거 동호회는 대만에서 생산된 미국 회사의 산악용 자전거가 전에도 같은 사고가 있었다며 리콜을 요구하고 나섰다.
승강기 사고도 해마다 늘고 있다.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에 따르면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휠체어용 리프트 등 승강기에서 일어난 사고가 2002년 16건에서 2006년 90건, 2007년에는 8월까지 74건에 이른다. 2006년 한 해만 놓고 보았을 때 승강기 한 대에 5,000명이 탈 때마다 한 명 꼴로 사망 또는 중상을 당한 것이다.
국내에 승강기는 33만여대가 설치돼 있는데 고속승강기 등에 대해선 국내 기술수준이 낮은 데다, 보수 업체들이 과당경쟁을 해 보수를 소홀히 하는 탓이다.
기술표준원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06년 우리생활 주변에서는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다 뼈나 치아가 부러지는 사고가 168건, 어린이 놀이기구에서 역시 비슷한 사고가 307건, 비비탄총으로 실명 등의 사고가 89건, 완구를 먹거나 부딪혀 찢어지는 사고가 316건, 스노보드를 타다 뇌진탕을 일으키거나 뼈가 부러지는 사고가 117건, 압력솥이 폭발하는 등의 사고가 25건 등으로 보고됐다.
기술표준원 관계자는 “공산품에 대한 안전인증, 안전자율확인, 안전·품질표시 등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신제품이 쏟아지고 있고, 인터넷 쇼핑몰 등으로 유통되는 제품에 대해 일일이 안전확인이 어려워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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