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40명 이상의 인명 피해를 남긴 경기 이천 ㈜코리아 2000 냉동 창고 화재는 지하에 가득 차 있던 유증기와 가스통 등이 연쇄 폭발을 일으키면서 시작됐다. 피해자들은 순식간에 번지는 화마 속에서 하나 뿐인 출입구를 찾아 헤매다가 독가스와 연기를 견디지 못한 채 숨졌다.
■ 불이 난 순간
이날 오전 지하 공사현장 주변에서는 57명의 인부가 냉동설비, 전기설비, 에어컨 설비, 용접작업 등을 하고 있었다. 10시 49분께 어디선가 불꽃이 튀는 순간 귀를 찢는 듯한 폭발이 일어났다.
이어 2차례 폭발이 잇따르면서 지하 전체로 불길이 번졌다. 소방당국은 최근 공사과정에서 기름이 증발해 형성된 시너 유증기가 발화하면서 옆에 있던 가스통까지 폭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건축업계 한 관계자는 “건축용 내외장재 스티로폼 샌드위치 패널과 우레탄폼 샌드위치패널은 불이 나면 인체에 치명적인 유독 가스를 배출해 질식사를 일으킨다”며 “더욱이 한 번 발화하면 삽시간에 불이 번진다”고 말했다.
현장 구조 작업을 벌인 한 소방대원은 “지하는 칸막이로 여러 공간으로 나눠져 있고 각 공간마다 출입문이 있었다”며 “처음 지하 내부로 들어갔을 때 이미 각 공간의 출입문이 불 타고 있었다”고 말했다. 화재 원인에 대해 안상철 이천소방서장은 “시너 유증기가 폭발한 것으로 보이며 지상의 냉동 창고가 무너진 것도 폭발 때문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대피 및 구조 상황
폭발이 일어나는 순간 건물 지하에 있던 57명 가운데 1층에서 작업을 하고 17명은 탈출 하거나 구조대에 의해 구조됐다. 구조자 가운데 10여 명은 이천 파티마 병원과 서울의 구로성심병원, 강남 베스티안 병원 등 화상 전문 병원으로 나눠져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지만 일부는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불이 나자 소방재난본부는 낮 12시 24분 광역 3호 발령을 내렸다. 인근 8개 소방서의 소방차 103대와 소방관 440여 명, 경찰 2개 중대와 교통기동대 등이 동원됐지만 불덩어리가 된 창고에 진입도 못한 채 불길이 잦아들기만 기다려야 했다.
소방당국은 오후 3시께 가까스로 불길을 잡고서야 건물로 진입 작전을 펼쳤지만 건물 내부에 보관된 화학 물질로 인한 폭발 위험과 유독 가스를 동반한 연기가 화재 초기보다 더욱 심하게 나오면서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다.
냉동 창고는 42번 국도에서 100여m 떨어져 있으며 불이 난 냉동창고 주변 200여 가구 주민 600여명은 마을 방송을 듣고 인근 호법면사무소 등으로 긴급 대피했다.
■ 신원 파악 등도 막막
화재 현장에서 뿜어낸 불길과 열에 시신이 심하게 훼손돼 희생자 신원 파악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처음 폭발 때보다 사망 후 건물 바닥에서 올라오는 열과 불에 시신이 훼손 됐다”며 “지금까지 발견된 희생자 시신은 성별만 구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인명 피해를 입은 상당수가 인력 시장을 통해 파견된 일용직 근로자들로 이름 외에 얼굴 등 다른 신상 정보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범구기자 goguma@hk.co.kr김종한기자 tellm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