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후보 지명전의 무대는 이제 아이오와에서 뉴햄프셔로 옮겨졌다. 민주, 공화 양당의 모든 대선주자들은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가 끝나자 마자 8일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실시되는 뉴햄프셔주로 날아가 유권자들 속으로 파고 들었다. 뉴햄프셔주 예비선거는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예상을 깨고 큰 표 차이로 승리한 민주당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또다시 대역전극을 펼칠 가능성이 나타나면서 더욱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이오와 승리’의 여세를 몰아가고 있는 오바마 의원의 상승세는 아이오와 코커스 이후에 실시된 뉴햄프셔주 여론조사 결과에서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 여론조사기구 라스무센은 5일 오바마 의원이 뉴햄프셔주에서 지지율 37%로 27%에 그친 힐러리 의원을 무려 10%포인트 앞섰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 오바마 의원의 폭발력이 뉴햄프셔주에서의 연속 승리를 실현시킬 가능성이 있음을 예고했다.
CNN과 뉴햄프셔 지역방송인 WMUR이 공동으로 실시,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오바마 의원은 33%의 지지율을 기록,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 의원과 동률을 이뤘다. 로이터통신과 C-SPAN,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조그비가 아이오와 코커스 직전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힐러리 의원이 32%의 지지를 얻어 오바마 의원(26%)을 앞섰으나 이제 상황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2위를 한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은 두 조사에서 모두 지지율 20%로 3위에 머물렀다.
아이오와 코커스와 뉴햄프셔 예비선거에서 모두 승리한 대선주자는 1972년 이후 11차례 경선에서 모두 4명이 나왔는데 에드먼드 머스키(1972년), 지미 카터(1976년), 앨 고어(2000년), 존 케리(2004년) 등 공교롭게도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이 가운데 머스키를 제외한 3명은 최종적으로 민주당 대선후보에 지명됐기 때문에 역사적으로도 아이오와, 뉴햄프셔 연속 승리가 갖는 의미는 크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다만 대선 본선에서 승리한 후보는 지미 카터 뿐이었다.
아이오와에서 기세를 올린 오바마 의원은 5일 뉴햄프셔주 내슈아에서 2,500여명의 지지자들이 모인 집회에서 “우리는 3일 아이오와에서 무엇인가를 했지만 그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다”라며 아이오와에서의 승리를 뉴햄프셔주에서도 재현시켜 줄 것을 호소했다.
오바마 의원은 이날 밤 열린 민주당 대선주자 TV 토론회에서 에드워즈 전 의원과 힐러리 의원을 협공함으로써 이번 기회에 힐러리 의원을 아주 주저앉히겠다는 전략의 일단을 드러냈다. 뉴햄프셔 예비선거에 향후 경선 전체의 운명을 걸 수밖에 없게 된 힐러리 의원은 젊은이들과 민주, 공화 양당에 소속되지 않은 무당파들을 대상으로 유세를 벌임으로써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드러난 자신의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부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화당의 경우,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의 돌풍으로 아이오와에서 일격을 당한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도 뉴햄프셔주에 사활을 걸고 있다. 롬니 전 지사는 5일 실시된 공화당 와이오밍 코커스에서 이기기는 했지만 이 승리는 경선 판도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때문에 롬니 전 지사는“공화당 대선주자들이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면 민주당의 힐러리 의원과 같은 처지가 될 것”이라며 자신이 공화당에서의 변화의 주역임을 내세우고 있다. 허커비 전 지사가 공화당 경선 판도를 뒤흔들고 있는 상황에서 ‘어부지리’를 얻고 있는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은 뉴햄프셔주 여론조사에서 일약 1위로 올라서며 부활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아이오와주에서 승리한 허커비 전 지사는 뉴햄프셔주에서도 상승세를 타고 있으나 타 후보에 비해 유세 일정을 축소함으로써 뉴햄프셔 이후를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게 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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