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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혁 "2년간 슬럼프 늪… 그 끝에서 붙잡은 바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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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혁 "2년간 슬럼프 늪… 그 끝에서 붙잡은 바흐"

입력
2008.01.08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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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임동혁(24)은 뜻밖에 검정색의 차분한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었다. 이전의 노란색, 회색 등 튀는 염색 머리 때와는 이미지가 확연히 달랐다. “염색한 머리가 잘려나갔고, 두피가 상한 것 같아 더 이상 염색을 안한 것 뿐”이라는 평범한 답변이 돌아왔지만, 어떤 변화가 느껴졌다.

임동혁의 이력은 더 이상 화려할 수 없을 정도다. 세계 3대 피아노 콩쿠르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2003년)와 쇼팽 콩쿠르(2005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2007년)에서 모두 입상한 것을 비롯해 지난 10여년간 세계적 콩쿠르를 휩쓸었다. 하지만 퀸 엘리자베스에서 편파 판정을 이유로 수상을 거부하는 등 거침없는 말과 행동으로 건방지다는 비난과 반항적 이미지도 함께 얻었다.

독일 하노버 음대를 거쳐 지난해부터 미국 줄리어드 음대에서 엠마누엘 엑스를 사사하고 있는 임동혁은 2007년이 어땠냐는 질문에 “실수를 통해 많은 것을 느낀 해”였다고 답했다. 임동혁은 쇼팽 콩쿠르 이후 꽤 심한 방황을 했던 모양이다. “지난 2년간 사람들 모르게 슬럼프를 겪었다. 마치 늪과도 같았다”고 했다.

“예전에는 실력이 전부라고 믿고 하루에 12시간씩 피아노를 쳤어요.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회의를 느꼈죠. 낙담을 많이 했습니다.” 요즘 드라마 <하얀 거탑> 을 즐겨본다는 스물네살의 피아니스트는 “의학계도 음악계와 비슷하더라”며 웃었다.

2006년 이후 연습도, 연주도 거의 하지 않았다는 임동혁은 “어느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현실로 돌아온 임동혁이 처음 붙잡은 것이 바흐다. 글렌 굴드가 연주한 <골드베르크 변주곡> 이 그의 도전 의식을 일깨웠다.

“절대 오를 수 없는 산이라고 생각하지만, 가까이라도 가보고 싶었다”는 임동혁은 다시 피아노 앞에 앉았고, 2년 만에 열리는 독주회(2월 14~3월 7일) 프로그램을 바흐로 꾸몄다. 4년 만에 음반도 낸다. “나만의 스타일로 <골드베르크 변주곡> 을 연주할 겁니다. 아마 낭만적인 게 되겠죠. 성숙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로맨틱과 미성숙을 동일시하는 것은 고정관념이에요.”

그는 리즈 콩쿠르 우승 이후 새로운 클래식계 스타로 떠오른 김선욱이 치는 바흐 <샤콘느> 를 인터넷으로 들어봤다고 했다. “기가 막히게 잘 치더라. 많이 놀랐다”는 임동혁에게 김선욱의 존재가 자극이 됐냐고 물었다. “안됐다면 거짓말이죠. 그러나 질투와는 다른, 좋은 방향의 자극입니다. ”

임동혁은 올해 한국에 여러 번 온다. 6월에는 인기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주축이 된 실내악 앙상블 디토와, 8월에는 아시케나지가 지휘하는 유럽연합 유스 오케스트라와 함께 온다.

젊은 남성 연주자들을 내세운 스타 마케팅으로 상업적이라는 시선도 받는 디토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임동혁은 “안좋게 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내 길만 잃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재미있을 것 같다. 또래와 어울리고, 연주하는 건 일종의 휴가다”라고 말했다.

또 “여성팬이 많으면 무조건 욕을 먹는 것 같은데 ‘오빠’ 때문에 클래식을 듣는 게 뭐가 나쁘냐”고 덧붙였다. 임동혁은 무려 4만명의 팬카페 회원을 거느린 ‘오빠부대’의 우상. 왜 그렇게 인기가 많은 것 같냐고 묻자 그는 “절반은 안티예요”라고 맞받으며 씩 웃었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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