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를 수용하되, 폐지 이후 재벌의 경제력 집중 문제에 대처할 대안을 제시하는데 주력하기로 했다.
4일 공정위에 따르면 5일로 예정된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출총제와 대ㆍ중소기업 상생 증진, 소비자주권 회복, 동의명령제 등 주요 현안의 추진 과정과 취지, 배경 등을 설명한다.
공정위는 인수위 측이 이명박 당선인의 공약 사항인 출총제 폐지를 요구할 경우 이를 수용하되, 무분별한 출자를 통한 재벌의 지배력 확대를 규제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이미 지난해 법 개정을 통해 출총제 적용대상 기업이 대폭 줄어든 데다 그나마 예외 규정도 많아 사실상 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현 상황에서 아무런 대안도 없이 폐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내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그 동안 계속되는 기업들의 출총제 폐지 요구에 대해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 출총제를 폐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으며,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도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이 진전돼 순환출자 문제가 개선돼야 출총제를 폐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일부 대기업의 순환출자 해소가 출총제 폐지의 전제 조건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친기업적인 이명박 정부의 등장에 따라 공정위는 대기업의 무분별한 자회사 확대를 방지한다는 출총제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현재의 사전 규제에서 사후 규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출총제를 대신할 수 있는 사후 규제로는 자회사의 경영상 비리를 방치한 모회사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이중대표소송제도'와 이사가 직무상 알게 된 정보를 사익을 위해 이용 못하게 하는 '회사기회유용금지' 도입 등이 거론되고 있다.
출총제는 올해부터 자산총액 10조원(과거 6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가 순자산액의 40%(과거 25%)를 초과해 다른 회사에 출자하지 못하도록 완화됐으며, 적용회사 기준도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의 중핵기업으로 한정됐다. 이에 따라 출총제 적용대상은 지난해 4월 기준 11개 기업집단 소속 399개사 중 264개사에서 법 개정 이후 7개 집단 25개사로 대폭 줄어들었다.
출총제는 1987년 4월 시행된 후 1998년 2월 외환위기 당시 적대적 인수ㆍ합병(M&A)에 대한 경영권 방어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따라 폐지됐다가 이듬해 12월 부활했다.
한편 공정위는 대ㆍ중소기업 간 상생 문제와 관련해 중소 하도급 업체나 납품업체에 대한 보호장치 강화 방안을, 소비자 문제에 대해선 소비자원 관할권을 이관 받은 이후 추진해온 소비자정책 내용을 각각 설명하고, 법무부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는 동의명령제 추진상황도 보고할 예정이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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