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총리실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업무보고는 이경숙 인수위원장 등 인수위 측을 화나게 했다. 약 2시간 동안의 보고가 끝날 무렵 이 위원장은 직접 나서서 "총리실은 왜 그렇게 소극적이냐. 보고를 받아 보니 총리실엔 비전과 전략 목표가 없어 보여 마음이 아프다"고 질타했다고 한다. "우리는 청와대 하청 업무를 해 온 것 뿐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그에 맞추어 잘 하겠다"(박철곤 기획관리조정관) 등 총리실이 조직 보전을 위한 방어 논리를 강조한 것에 대한 강한 불만의 표시라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이날 오전 서울 삼청동 인수위 대회의실에서 업무보고가 시작되자 마자 정무분과위 간사인 진수희 의원이 기선을 잡았다. 진 의원은 총리실이 제출한 업무보고 내용에 대해 "내용 자체는 대체로 충실하고 인수위 주문사항에 맞추려 애쓴 것으로 보이지만 총리실이 현재 수행하는 업무 틀에 갇혀 총리실 기능과 역할을 유지하려는 의도가 묻어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대한민국 선진화를 위한 대통령과 총리의 역할, 총리와 내각과의 관계, 총리비서실 및 국무조정실의 업무 범위와 조직 등 핵심 사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검토가 다소 부족하고, 이명박 당선인의 국정운영 철학인 실용과 효율에 대해 일반 국민보다도 이해가 모자라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인수위 측은 이후 "총리실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지 못하고 부처 위에 군림하고 있다는 지적을 경청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총리실은 "정책 조정 기능을 각 부처 역할에 맞게 조정하겠다" "목적이 달성된 각종 기획단은 대폭 정리하고 불필요한 위원회 신설을 자제하겠다" "전체 규제를 제로베이스로 놓고 상황을 감안해 폐지해 나가겠다" 등 이 당선인 소신에 맞춘 계획들을 내놓았다.
하지만 인수위 측 기대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이에 "보고가 재미가 없다. 혼을 담은 자료를 내 달라" "시키는 것만 하지 말고 자발적으로 일을 만들어서 할 생각을 하라" 등 강한 어조의 질타가 쏟아졌다고 한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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