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은 지난 한해 과학수사 기법을 동원해 해결한 사건들을 ‘한국판 CSI 사건’으로 선정해 3일 발표했다. CSI는 과학적 범죄수사를 다룬 미국 드라마 제목이다.
한 간통사건에서는 디지털카메라 사진의 촬영일자가 해결 실마리가 됐다. A(40)씨의 내연남이었던 B(42)씨는 A씨가 이혼을 하고도 자신과 헤어지려 하자, 홧김에 두 사람의 성관계 장면 사진을 A씨 전 남편에게 보냈다. 사진을 보고 격분한 A씨 전 남편은 두 사람을 간통 혐의로 고소했지만, 두 사람은 간통죄 공소시효가 3년이라는 점을 이용, “2003년에 찍은 사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건을 맡은 고양지청은 이미지파일 분석프로그램을 활용, 사진이 공소시효 이내인 2004년, 2006년에 찍힌 것임을 확인해 두 사람을 간통혐의로 기소했다.
양말에서 찾아낸 DNA로 범인을 잡기도 했다. 담배와 개 전문 절도범인 김모씨는 지난해 초 7건의 슈퍼마켓 절도 혐의로 기소됐지만, 법원은 2건만 유죄로 인정됐다.
청주지검은 뒤늦게 무죄 선고된 5건의 사건현장에서 채취한 담배꽁초 DNA를 분석했지만 이는 김씨와 일치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제사건을 조회한 결과 김씨 DNA는 2005년 3월 충주에서 발생한 슈퍼마켓 절도 사건 증거품인 양말에서 추출된 DNA와 동일했고 결국 김씨는 추가 기소됐다.
혈액 분석도 있었다. 간호사 C씨는 음주운전이 적발돼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에서 혈액채취를 하게 되자 동료에게 부탁해 혈액을 바꿔치기 했다.
혈액에서 알코올이 검출되지 않자 “구강청정제 때문에 단속계가 오류를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C씨 근무지와 혈액채취 병원이 동일하다는 점을 수상히 여겨, C씨 혈액 DNA 분석을 실시했고 그 결과 해당 혈액은 C씨 것이 아님을 밝혀냈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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